'너와 나', 7년의 기다림…"박혜수 표 퀴어 영화는?" (간담회)
[Dispatch=김다은기자]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어느 봄날. 여고생 세미와 하은은 묘한 감정을 싹틔운다. 우정과 사랑 사이를 오간다. 마음은 같은데, 자꾸 어긋난다.
배우 조현철이 7년 전 이 이야기의 첫 장을 적어 내려갔다. 연기하는 동안에도 펜을 놓지 않았다. 죽음 끝에 있는 사랑을 꼭 관객에게 전하고픈 마음뿐이었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더 큰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세미와 하은이의 사랑을 노래하는 이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박혜수)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 측이 1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 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배우 박혜수, 김시은, 조현철 감독이 자리했다.
'너와 나'는 퀴어 영화다.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이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낸다.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서툰 오해를 한다. 사랑과 상처가 뒤섞이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조현철은 'D.P.' 조석봉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연출가다. 그는 2007년부터 꾸준히 단편 영화를 제작해 왔다.
조 감독은 "연출하고 있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며 "너와 나는 7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작품이다. 세상에 공개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출 계기를 밝혔다. 조 감독은 개인적인 사건을 계기로 죽음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얻은 후 이 이야기를 집필했다. 감독은 "죽음 끝에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배우 박혜수가 세미를, 김시은이 하은을 연기했다. 조 감독은 '스윙키즈' 속 박혜수의 발랄함을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 김시은은 오디션에서 보여준 동물적인 리액션을 보고 발탁했다.
박혜수는 대본을 보자마자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완성본을 처음 봤을 때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 같았다"며 "세미의 하루가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아련했다"고 설명했다.
2년 8개월 만의 영화 복귀작이다. 지난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엔 비중이 더 많아 책임감이 커졌다. 연기적으로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외쳤다.
박혜수는 극 중 탁월한 보컬 실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체념'을 부르는 노래방신이 있다. 그는 "그 신을 촬영할 때 눈물이 계속 흘렀다. 수없이 들었던 노래 가사가 그렇게까지 슬픈지 몰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박혜수와 김시은의 연기 호흡이다. 박혜수는 "시은이가 하은이었기 때문에, 하은이를 더 사랑하고 질투하고 그리워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영화는 실제 여고생들의 말투와 하루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조 감독은 30대 남성 연출자로서 여고생들의 세계를 그리는 데 두려움이 앞섰다. 따라서 실제 입시학원에서 강의하며 취재를 이어갔다.
감독은 "막막했지만 두려움을 양분 삼았다"며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일기 과제를 냈고 그 일기에서 만들어진 장면도 많다. 10~20대 아이들이 말하는 분위기를 대본에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박정민의 깜짝 출연은 유쾌함을 더한다. 그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 정민이가 당시 단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친형(매드클라운)을 음악감독으로 소개해 줬다"며 "그 대가로 영화에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박혜수의 발언도 화제였다. 그는 간담회에 앞서 학폭 의혹에 관해 직접 말했다. "제 근황이 많이 궁금하셨을 거라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박혜수는 "지난 시간 동안 거짓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다"며 "아직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제 입장에선 변화가 없을 것이다.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혜수가 공식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1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너와 나' 관객과의 대화(GV)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개봉하는 순간을 많이 상상하고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한 네티즌이 지난 2021년 SNS를 통해 박혜수의 학폭을 주장했다. '디스패치'는 당시 박혜수의 과거 휴대폰을 포렌식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박혜수의 폭언과 폭행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문장은 찾을 수 없었다.
박혜수는 이 네티즌을 상대로 법적 분쟁 중이다.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 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박혜수 소속사 측은 "수사기관에선 피고소인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 점이 상당하다"며 "명예훼손 혐의가 소명된다는 이유로 송치(기소의견)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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