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경 분의 1초 측정 → 의료진단 초정밀화… 10억 분의 1 입자 발견 → 청정수소생산 응용[Who, What, Why]
물리학상‘1아토 초’ 펄스
‘찰나의 빛’으로 전자 포착
원자 내부 변화도 파악가능
화학상 ‘양자점’ 발견
나노미터 크기 반도체 결정
퀀텀닷 TV 제작 등에 기여
생리의학상 ‘mRNA’
수개월만에 코로나백신 개발
인류 공통 위기 극복에 공로
노벨상의 뿌리 격인 자연과학 부문인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3대 부문의 올해 수상자들의 연구 분야는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하다. 생리의학상 연구분야인 메신저리보핵산(mRNA)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지만, 물리학상의 ‘1아토(atto) 초(秒)’나, 화학상의 ‘양자점(quantum dot)’은 낯선 개념들이다. 하지만 이들 연구는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양자역학이나 나노과학 등과 밀접한 부분들이다. 올해 노벨상을 계기로 어려운 개념들을 정리해봤다.
◇노벨 물리학상의 ‘1아토 초’ 펄스 = 아토 초 펄스는 원자 크기의 물질 관측에 필수적이다. 반도체 등 전자공학, 유전·면역 등 의학과 생물학, 양자물리학 등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서 가시적 측정을 할 수 있게 돼 정밀한 실험과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된다. 펄스(pulse)는 매우 짧은 파장의 빛을 뜻한다. 섬광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햇빛, 전등 불빛 같은 보통의 빛뿐 아니라 장파와 단파처럼 전파도 포함한다. 과학 용어로는 전자기파라고 한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400∼700nm(나노미터, nano=10억 분의 1) 정도로 폭이 좁다. 이보다 파장이 짧거나 길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외선, 적외선, 통신용 전파, 엑스선 등은 모두 전자기파이다.
아토는 100경(京) 분의 1을 나타낸다. 경(京)은 조(兆) 다음으로 큰 단위다. 1조가 1012, 1경은 1016에 해당한다. 1경은 10000000000000000인 것이다. 100경으로 표현한 것은 서양의 경우 자릿수를 3개 단위로, 동양은 4개 단위로 끊어 읽기 때문이다. 100경 분의 1은 10의 마이너스 18제곱이다. 0.000000000000000001초이다.
이렇게 순간의 섬광을 생성하는 이유는 매우 작은 데다 빠르게 움직이는 원자의 세계를 관찰하기 위함이다. 움직이는 피사체의 정지 화면을 찍기 위해 더 짧은 셔터 스피드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꺼졌다 켜졌다 하는 빛을 레이저로 발생시켜 원자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쭉 연결하면 원자의 동영상을 얻을 수 있다. 원자처럼 극미(極微) 크기의 물질을 인간의 감각으로 측정, 관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가장 성능이 좋은 펨토(femto) 초 레이저로 현미경을 만들면 분자 크기까지 볼 수 있다. 펨토는 1000조 분의 1 단위를 뜻한다.
역대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여성 과학자 5인 중 1명인 안 륄리에(65) 스웨덴 룬드대 원자물리학 교수는 1987년 적외선 레이저를 불활성 기체에 투과시키면 극히 짧은 주기의 광파(光波)가 발생하는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82)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명예교수는 앞서 발견한 광파의 파장이 아토 단위임을 측정으로 밝히고 이를 길게 유지하는 방법도 고안했다. 두 사람의 업적을 받아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페렌츠 크러우스(61) 박사는 마지막으로 실제로 아토 초 펄스를 생성시켜 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세 사람의 연구 결과 덕분에 전자나 DNA 등 원자 속 변화를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돼 앞으로 양자물리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벨 화학상의 ‘양자점’ = 양자점은 nm 크기의 반도체 결정을 말한다. 양자란 원래 양적으로 측정 가능한 최소 단위를 표현하는 과학 용어다. 분자, 원자, 전자, 광자, 소립자 등을 통틀어 지칭한다. 반도체를 균일하게 양자 크기로 결정화한 후 여기에 전압을 걸거나 빛을 쬐면 전자가 들뜨면서 그 에너지의 일부가 다시 빛으로 방출된다. 이 빛의 파장과 진동수를 제어하면 삼원색으로 구현하는 디스플레이가 제작된다. 이를 이용한 제품이 퀀텀닷 TV다. 이 밖에도 태양광전지와 청정수소 생산 등에도 응용된다. 구소련에서 태어난 알렉세이 예키모프(78) 박사가 1981년 처음 이 현상을 발견했고, 이 연구를 루이스 브루스(80)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어갔다. 그리고 브루스 교수의 제자인 문지 바웬디(62)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혁신적인 양자점 대량 합성법을 발명해 상용화의 길을 닦았다. 노벨 위원회는 “양자점이라고 불리는 이 입자는 현재 나노기술 분야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mRNA’ =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초석을 닦게 만든 연구다. 보통 수십 년의 연구실적을 평가해 신중하게 수상하던 관행을 깨고 인류 공통의 위기를 조기 극복하는 데 공을 세운 점을 인정해 아주 빨리 상을 줬다. 커털린 커리코(68)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은 199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로 재직하던 때부터 mRNA 백신의 개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초기 연구를 선도했다. 이후 같은 대학 의대 드루 와이스먼(64) 교수와 공동 연구에 착수해 2005년 논문을 통해 mRNA 정보를 변형해 면역체계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는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에 주입하면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면서도 면역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기존의 DNA 변형 백신보다 백신의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두 사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제약업계에서 2010년부터 mRNA 백신 연구가 본격화됐다. 이후 지카 바이러스·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신종 질병의 백신 개발에 이어, 코로나 백신도 불과 수개월 만에 개발될 수 있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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