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한번에 홈택스·나이스·고용24 동시처리… ‘원스톱 AI행정’ 속도[AI 스탠더드, 한국이 만들자]

노성열 기자 2023. 10. 11. 0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AI 스탠더드, 한국이 만들자 - (4) 기업 참여하는 ‘한국형 AI 정부’
DPG위원회 내년 9262억 투입
정부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
복지로·가족관계등록 등 연계
2026년까지 1500종 행정 통합
복잡한 절차 없이 인허가 처리
‘서비스형 SW’ 民·官 파트너로
동남아·중동 수출 방안도 추진
그래픽 = 권호영 기자

인공지능(AI)을 정부의 입법·사법·행정 등 공공 부문에 접목해 국민에게 칸막이 없는 원샷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에는 AI 정부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수출하려는 곳이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DPG) 위원회다. DPG는 공공 행정을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데 중점을 뒀던 과거의 전자정부나 양방향 맞춤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정부 3.0과는 다르다. DPG 위원회는 최근 출범 1년 기자회견에서 오는 2024년 9262억 원의 예산을 △하나의 정부 △똑똑한 나의 정부 △민·관이 함께 하는 성장플랫폼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DPG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DPG가 내세운 ‘하나의 정부’는 어떤 의미? = 부처 간 장벽을 허물어 데이터를 연계·공유함으로써 국민에게 사전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를 위해 공공 부문의 정보 자원을 내부 인프라망이 아니라, 최초 설계부터 100% 클라우드로 전환해 유연하고 단절 없는 흐름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두 번째 ‘똑똑한 정부’는 국민이 자주 쓰는 홈택스(국세청), 복지로(보건복지부), 고용24(고용노동부), 나이스(교육부), 가족관계등록(대법원) 등 5대 기관의 시스템을 연계해 한 곳에서 모든 정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통합 창구로 개편하려는 목표다. 고진 DPG 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이 행정기관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행정서비스들이 수요자를 향해 일렬로 모이도록 바꿀 방침”이라며 “정부 부처 간에 내부적으로 주고받으면 끝날 서류 작업을 국민이 일일이 한 곳에서 발급받아 다른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번거로움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민·관 성장 플랫폼’은 개인과 기업이 복잡한 인허가 과정(사전준비, 서류제출, 결과확인)을 관청 방문 없이 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부처별 인허가 시스템을 통합해 단일 창구에서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등 사전 컨설팅부터 결과 확인까지 한 번에 원스톱 인허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현재 국민 비서 등 민간 앱으로 처리 가능한 KTX 승차권, 자동차 검사 등 23종의 서비스에다 예방접종, 여권 재발급 신청 등 40종의 서비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네 번째 ‘신뢰 DPG’는 국민이 자기 개인정보를 한 곳에서 유통·활용할 수 있는 마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의 강력한 새 보안체계로 안전하게 지킨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민·관 AI 정부 생태계 모델 만든다 = DPG 위원회는 이 같은 ‘한국형 민·관 AI 정부 생태계 모델’을 완성해 동남아·중동 등 해외에 전략 산업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과거 우리나라 전자정부 모델을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국가에 이식해 ‘행정 한류’를 개척한 것처럼, AI 정부의 표준안을 만들어 수출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DPG는 전자정부처럼 공공기관들이 디지털 행정 네트워크를 자체 구축하는 시스템통합(SI)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민간기업들의 소프트웨어를 필요에 따라 갖다 쓰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이 다르다. DPG가 한국형 AI 정부 플랫폼을 깔면 여기에 다수의 소프트웨어 벤처와 중소기업들이 기획 단계부터 파트너로 참여해 공공 정보기술(GovTech)을 완성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역할이 훨씬 커진다. 고 위원장은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하나의 패키지로 함께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여럿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DPG 위원회는 한국형 AI 정부 모델의 전략 수출 상품화를 위해 창업부터 성공까지 단계별로 맞춤 지원을 통해 SaaS 기업 1만 개 이상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유망 SaaS 기업을 발굴해 유니콘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도 동시에 제시했다.

“초거대 AI, 정부문서 학습… 행정서류 초안도 작성”

■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

최근 출범 1주년을 맞은 디지털플랫폼정부(DPG) 위원회의 고진(사진) 위원장은 “공공 부문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표준 사례를 만들어 정부 경쟁력 제고는 물론, AI 정부 모델 수출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체감 성과로 실손보험 간편 청구(보험업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주택청약 정보 민간플랫폼 통합 제공, 무역금융 신청 간소화 등을 꼽았다. 현재 진행 중이며 곧 실현될 사안으로는 주택청약 적격 여부 사전 확인, 인감 요구 사무 대대적 감축, 복지 사각지대 AI 발굴을 내세웠다.

고 위원장은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로 정부 전용의 초거대 AI를 도입해 행정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DPG 위원회는 해외 수출까지 노리는 ‘한국형 민·관 AI 정부 생태계 모델’을 추진하고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정부 전용 초거대 AI 구축과 통합 행정 서비스다. 먼저, 정부 전용 초거대 AI는 기업들의 초거대 AI 인프라와 공공 기관의 데이터를 융합해 DPG 허브를 형성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네이버, SK텔레콤, KT, LG전자, 카카오브레인 등이 민간 파트너로 거론된다. 고 위원장은 “정부 전용 초거대 AI의 경우, 직접 구축하는 게 아니라 민간의 초거대 AI 인프라로 공개된 정부 문서를 학습시켜 보도자료·연설문 등 정형적인 문서 작성에 투입하는 1단계 실증사업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정부 전용 초거대 AI가 완성되면 DPG 허브에서 학습한 행정 데이터로 공문서 초안부터 작성하게 하는 AI 행정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특징인 통합 행정 서비스는 공급자인 공무원에서 수요자인 국민 중심으로 모든 데이터 접근권을 재설계하자는 발상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고 위원장은 “행정·공공 서비스를 신청할 때 정부가 이미 보유한 정보는 다시 요구하지 않도록 2026년까지 구비 서류 제로를 달성해 편의성을 높이겠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이 모든 정부 부처와 법원 등기소까지 하나의 사용자 계정(ID)으로 접속해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받는 범정부 서비스 통합창구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별로 흩어진 공공 서비스 1500여 종을 2026년까지 단일 플랫폼에 통합해 하나의 ID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체감형 원스톱 AI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 번 접속해 실업수당도 신청하고 연말정산도 하고 부동산 등기서류도 뗀다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AI가 실업 급여와 구직정보, 청년 지원정책 등 혜택을 알아서 먼저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DPG 위원회는 최근 AI 정부 수출의 전초기지 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와 공공 디지털 전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액티브X 폐지하는데 10년 걸려… 부처간 칸막이 걷어내야”

■ 구태언 테크 전문 변호사

“제가 우리나라 법원의 하급심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라고 처음 주장한 게 10년도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공개율은 5%에 불과합니다. 국민이 만든 데이터는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기본입니다. 공공 데이터를 다루는 정부 기관들은 부처 이기주의와 행정 칸막이를 걷어내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국민의 안전과 편의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정책을 하루바삐 전환해야 합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이자 테크 전문 법무법인 린의 TMT·정보보호그룹 대표를 맡고 있는 구태언(사진) 변호사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디지털 정책에 대해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갈 길이 여전히 멀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전자정부 및 정부 3.0에서 주민등록 등·초본, 국세청 연말정산, 법원 전자소송 등 국민 생활을 편리하게 바꾼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에 이르려면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구 변호사는 “21세기 들어 20년이 흐르자 정보화와 지능화를 거쳐 생성 인공지능(AI)의 시대로 접어들며 국가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초거대 공공 AI를 구축해 정부의 입법·사법·행정 데이터가 국민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된다는 구상을 이번에 실현한다면 다른 나라 정부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구 변호사는 “과거에 공공 서비스 이용 시 무조건 깔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 설치 하나를 폐지하는 데도 10년이 걸렸다”며 “생성 AI가 숨은 복지 혜택을 찾아주는 등 AI 정부로 진화하기 위해서 부처 간 칸막이 제거 등 넘어야 할 벽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특히 생성 AI가 검색·유통 등 기존 플랫폼을 대체해나갈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를 과도하게 규정한 법체계 때문에 창의적인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 스타트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챗GPT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의 글로벌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 원인에 대해 “재료가 되는 데이터의 거래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공급 실패, 비실명 개인정보를 과잉보호하는 개인정보 관련법, 저작권법 같은 법 규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I 강국으로 올라가려면 현행 가명 정보(비실명 개인정보)는 좁은 맥락에서만 개인정보로 해석하고, 특정 개인을 식별하는 프로파일링 금지 조항도 이용자를 단순 구별하는 맞춤형 마케팅과 달리 취급해서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AI 학습의 경우, 특정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단순한 정보처리로 해석해줘야 스타트업의 학습 데이터 확보가 쉬워져 AI 서비스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