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오타니가 팀 내규를 버젓이 어겼다…눈총받을 동료가 걱정돼서
라스 눗바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힌 에피소드
[OSEN=백종인 객원기자] ‘모범생’으로 유명한 오타니 쇼헤이(29)가 팀이 정한 내규를 알고도 지키지 않았다. 팀 동료를 걱정돼서 자청한 일탈이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때 얘기다.
일본 매체 스포츠닛폰(스포니치)은 지난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외야수 라스 눗바(26)의 현지 인터뷰를 게재했다. WBC 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여러 차례 언급됐는데, 특히 오타니에 대한 것들이 눈에 띈다.
그중 하나, 팀 합류 초기에 생긴 사건이다. 일본 프로야구팀들은 대부분 단체 이동 때 정장을 갖추는 게 불문율이다. 이는 WBC 대표팀인 사무라이 재팬에게도 당연했다(한국 이강철 호도 단체복으로 정장을 맞춰 입었다). 의류업체 U사가 제작한 푸른색과 검은색 두 가지 톤의 싱글에, 흰색 와이셔츠, 넥타이까지 단복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합류한 눗바의 수트는 늦게 전달된 모양이다. 첫 번째 이동일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별수 없이 사복 차림으로 신칸센 역으로 가야했다. 이런 사정을 오타니가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럼 나도 정장을 입지 않겠다”며 간편한 차림으로 바꿔 입었다.
가뜩이나 유일한 외국인(계) 선수라고 시선이 집중된 눗바였다. 하필이면 혼자만 다른 옷, 그것도 정장이 아닌 평상복으로 나타나면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게 뻔하다. 그런 걸 걱정한 마음 씀씀이였던 것이다. 결국 역에 모인 대표팀 중 이들 둘만 정장(단복)을 입지 않았다. 바른생활 사나이로 알려진 오타니에게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눗바의 인터뷰에 따르면 ‘생색이나 오버’는 전혀 없었다. “(옷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냥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이봐, 수트 안 입은 건 너 혼자만이 아니야. 괜히 신경 쓸 필요 없어. 넌 우리 팀의 일원이고, 동료야’라고 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감사했고, 감동했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눗바의 칭찬은 계속된다.
“처음 갔을 때는 모르는 사람뿐이었다. 다들 친절하게 대해줬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았다. 그럴 때면 혼자 어색하지 않도록 언제나 쇼헤이가 도와줬다. 먼저 다가와 말도 걸고, 선수들도 소개해 줬다. 생각해 보시라.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지구상 최고의 야구 선수다. 그가 그런 배려까지 해주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최고의 나이스 가이다.”
오타니가 이러니, 다른 선수들도 본받게 된다.
“덕분에 선수들과도 가까워졌다. 라커룸이나 숙소, 식사할 때 한마디씩 말을 붙인다. 잇페이(오타니 통역 미즈하라), 다르 상(다르빗슈), 로키(사사키), 요시노부(야마모토) 같은 친구들이 빨리 친해졌다. 쉬는 시간이면 쇼헤이가 늘 휴대폰 게임을 걸어온다. 혼자 심심할까봐 그랬을 것이다. 한 번도 져주지 않고, 매일 자기만 이겨서 열이 좀 받았지만(웃음).”
이후 대회 기간이 됐다. 일본 대표팀은 ‘후추 그라인더’ 세리머니를 펼쳤다. 아시다시피 원산지는 카디널스다. 눗바를 따라하며 기를 살려주려는 의도였다(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이 세리머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후추 그라인더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됐다.
정상에 오른 뒤 오타니는 눗바에게 선물 하나를 건넸다. 자신이 광고 모델인 S사의 최고급 손목 시계였다. 최고품은 5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WBC 때도 꼭 함께 하자. 아니면 돌려줘야 한다”는 농담과 함께였다.
눗바는 이번 인터뷰 내내 오타니의 인간성 얘기를 거듭한다.
“대회 기간 중에 몇 번 선수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무척 환영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쇼헤이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그 점은 모두가 알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WBC를 통해 그가 팀과 팀원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걸출한 선수 이전에 인간적으로도 매우 존경스럽다. 그게 정말로 잊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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