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2조원대 고지 회복… ‘바닥’ 찍고 완만한 반등곡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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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불황으로 올해 최악의 실적을 낸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영업이익 2조원대를 회복했다.
상반기 9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반도체 사업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지만, 업황은 바닥을 찍고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날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3조~4조원대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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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불구하고 메모리는 3조원대 적자 지속
“DDR5, HBM 등 신시장 확대에 대응 실패”
4분기엔 ‘역대급’ 감산에 전사적 비용 관리 돌입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꺼내 들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역대 최악의 반도체 시황 속에서 올 상반기에만 9조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DS(반도체) 부문이 강도 높은 감산에 돌입하며 적자 규모 확대를 저지한 가운데 갤럭시 신제품을 필두로 한 MX(모바일경험)사업부의 선전이 실적 개선의 동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 4분기에 반도체 감산 규모를 더 끌어올리는 한편 모바일과 생활가전 사업 전반에 걸쳐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등 사업 효율화를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 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가동률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여 현재 원가 수준에 근접한 시장 평균 판매가격(ASP) 반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갤럭시 효과로 기대 이상 성적표… 반도체는 여전히 3조원 적자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8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1일 공시했다. 매출은 67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74% 감소했다. 이는 지난 한달새 실적 눈높이를 크게 낮춘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2조1344억원)를 상회하는 실적이다. 6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올 1·2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실적 개선세는 뚜렷하다.
이날 삼성전자는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3조~4조원대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자 축소를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유례없는 감산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당장은 적자 규모 확대를 막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장 수요 회복이 당초 기대보다 느리다는 설명이다. 앞서 DS부문은 올 1분기 적자 4조5800억원, 2분기 적자 4조4600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부문별 영업이익을 DS부문 적자 3조4000억원, MX 3조3000억원, 가전(CE) 4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 1조9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DS부문 적자 3조6000억원, MX 3조1000억원, CE 6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5000억원, 하만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KB증권은 DS부문 적자 4조원, 모바일·IT 영업이익 3조원, CE 5000억원, 디스플레이 2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높은 고용량 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확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판가와 출하량 모두 아쉬운 수준을 기록했고, 낸드플래시도 판가와 출하량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며 “시스템LSI 사업부는 전방 수요 둔화에 가동률을 올리지 못하며 영업손실이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D램의 평균판매단가 상승 전환에도 감산으로 인한 단위당 고정원가 증가로 영업이익 개선이 매출 증가에 비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며 “비메모리 업황 회복도 예상보다 더뎌 삼성 파운드리와 LSI 사업도 여전히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아 감산을 확대하면 그만큼 원가 부담이 커지는데, 이에 따라 3분기 반도체 적자 폭을 크게 줄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반등을 모색하기 위한 2차 감산을 진행하면서 단위 원가가 높아졌고, 출하보다는 가격 방어에 집중하는 수익성 우선 정책으로 출하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시장 침체에도 갤럭시 Z플립5·폴드5 등 신제품 판매가 늘어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한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가는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5800만~6000만대 수준인 것으로 추정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주요 고객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가 잇따르며 견조한 실적을 냈다. 김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5 프리미엄 제품 패널 물량의 약 90%를 싹쓸이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3분기에만 1조9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4분기에 반도체 ‘역대급’ 감산 돌입… “회복세 가속화”
올해 4분기에도 관건은 반도체 적자 규모 축소가 될 전망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인 가장 큰 원인이었던 반도체는 감산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적자 탈출에 총력을 쏟아붓는다. 특히 ‘팔수록 적자를 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가격이 떨어진 낸드 시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설비투자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최대 생산 거점 중 하나인 평택 P3 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하향 조정해 낸드 증설 규모를 당초 계획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이기도 했다.
최대의 낸드 생산 거점 중 하나인 중국 시안 공장도 4분기에는 가동률을 20~30%까지 줄이며 낸드 생산량을 극단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올해 4분기가 삼성전자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감산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지만, 회복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공급량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 사업부 입장”이라며 “내년 하반기가 시장 정상화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상반기와 달리 업계 내 가장 높은 수준의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감산은 가격 반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D램 수익성은 2차 감산 효과가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4분기부터 회복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은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동시 반등이 예상되며 특히 D램은 올해 4분기부터, 낸드는 내년 2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며 “이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흑자전환 시기는 당초 시장 예상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질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 반도체 부문 실적은 올해 영업적자 14조원이 예상되지만, 내년엔 영업이익 10조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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