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체라는 평가 이겨내, 발전 가능성 높다" 류중일호 캡틴 자신감, 한국 야구는 더욱 강해진다
[마이데일리 = 고척 심혜진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복귀한 키움 히어로즈 듀오 김혜성과 김동헌이 대회를 마친 소회를 전했다.
김혜성과 김동헌은 하루 휴식을 취하고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를 앞두고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각각 1번 2루수, 8번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팀은 5-3으로 승리해 탈꼴찌에 성공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7일 열린 대만과 결승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혜성은 대표팀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었고, 김동헌은 백업 포수로 힘을 보탰다.
지난 8일 귀국한 이들은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김혜성과 김동헌은 9일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하루 쉬고 고척돔으로 왔다. 많은 이들이 반겨줬다. 특히 삼성 강민호는 달려와 김혜성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따뜻한 포옹과 함께 말이다.
김혜성은 "강민호 선배님이 금메달 따서 축하하고, 정말 다행이라고 해주셨다. 도쿄올림픽 때 고생한 것 보상받았다고 말씀도 해주셨다. 왜냐하면 도쿄 올림픽 때 많이 좋지 않았고, 선배님들이 정말 미안해 하셨다. 이번에 정말 많이 응원해주셨다. 항저우에 갔을 때도 연락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누가 뭐래도 하이라이트는 결승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다. 김혜성이 잡아 병살타로 연결했다. 다소 짧은 타구였지만 김혜성의 빠른 판단으로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2006 베이징 올림픽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더블 플레이였다.
김혜성은 "아직도 (그 상황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딱 예상했던 상황이 왔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이렇게 와라'고 생각했는데, 딱 그렇게 와서 확신을 갖고 플레이를 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김혜성은 6경기 모두 리드오프로 출전했다. 그는 "결승전에서 타격으로는 잘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수비에서 제 역할을 나쁘지 않게 해낸 것 같다.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우승 순간 시야가 좁아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그는 "정말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 앞만 보였다. 주위에 누가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였다. 방방 뛰기만 했다. 누구랑 가장 먼저 포옹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고)우석(LG)이랑 한 것 같다. 정말 기억이 잘 안난다"고 돌아봤다.
김동헌은 우승 순간 불펜에 있었기 때문에 끝난지도 몰랐다고. 그는 "불펜에서 투수들 공을 받고 있었다. 제대로 보지 못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뛰어나가길래 나도 나갔다.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두 선수에게 어떤 의미의 대회로 기억될까.
김혜성은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짜릿하고 좋은 대회로 남을 것 같다. 대만전을 첫 판에서는 졌지만 두 번째는 이겼다. 그래서 더 짜릿하고 좋았다"고 강조했다.
김동헌은 "첫 성인 국가대표인데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올 수 있어서 엄청 기쁘다. 한편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대회였다. 지금은 1년차고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 더 성장해서 언젠가 또 국제대회를 나가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실력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력이 없는데 대표팀에 가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국가대표에 맞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가을부터 열심히 준비하겠다. 점점 실력을 향상시키고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혜성은 이번이 3번째 국가대표다. 국제대회 경험도 어느 정도 쌓았을 터. 다른 나라 대표팀 경쟁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베스트로 나오기 때문에 점점 좋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듣기로는 대만은 특히 국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나왔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첫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도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힘 줘 말했다.
그래서 약체라는 평가를 이겨낸 것도 너무 좋다. 김혜성은 "약체라는 평가를 이겨낸 것도 좋다. 좋은 말은 아니지만 '그래. 너네는 그렇게 생각해라. 우리는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다. 키움 역시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작년에 한국시리즈를 가지 않았나. 그때도 뿌듯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너무 뿌듯했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김혜성은 최다 안타를 향해 남은 2경기 전력 질주한다. 홍원기 감독은 한 타석을 더 나갈 수 있게 리드오프로 내보낼 것을 예고했다. 10일 경기서 2안타를 적립한 김혜성은 일단 최다 안타 1위로 올라섰다. 경쟁자 손아섭(NC·183안타)이 안타를 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타이틀을 떠나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은 경기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타이틀은 손아섭 선배님이 하실 것 같다. 경기 수가 차이가 난다. 신경쓰지 않고 하겠다"고 남은 경기 각오를 전했다.
이제 어색한 가을을 맞이해야 한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올해는 최하위에 머물면서 다른 팀들의 가을야구를 지켜봐야 한다.
김혜성은 "2018년부터 가을야구를 한 번도 못 해본 적이 없는데 올해가 처음이다. 그래서 이런 기분도 처음이다. 우리가 쉴 때 야구하는 걸 본다는 게 어색하고 좋지 만은 않다. 가을야구는 보지 않을 것 같다. 질투가 난다"고 말한 뒤 "비시즌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 미국 가서 훈련할 계획을 세웠는데 훈련소 일정과 봉사 활동 때문에 조금 바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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