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시리즈 민진기 감독+장삐쭈 작가가 말하는 ‘밀리터리 콘텐츠’의 가치[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10.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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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신병 2’를 연출한 민진기 감독. 사진 A2Z엔터테인먼트



이미 50만에는 못 미치게 됐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혈기왕성한 20대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이 병영의 추억은 또 남성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꽤 많은 숫자의 여성들도 입대의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 숫자를 합하면 ‘군대’라는 콘텐츠 자체가 대한민국의 수용자들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민진기 감독은 이러한 ‘군 콘텐츠’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앞길 가는 창작자다. 2012년 tvN ‘롤러코스터 2’로 연출 경력을 시작한 그는 ‘푸른거탑’ 시리즈를 이듬해 시작해 ‘제로’ ‘리턴즈’ 등의 시리즈를 거쳤다.

지난해부터 그가 다시금 몰두하기 시작한 군 관련 콘텐츠는 ‘신병’이다.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누적 조회수 2억5000만건을 넘겼던 장삐쭈 작가의 아이템을 영상화해, KT스튜디오 지니를 통해 영상화했다. 이 IP(지식재산권)은 ‘신병캠프’라는 예능을 거쳐 올해 또다시 ‘신병 2’로 시청자를 찾았다.

ENA 드라마 ‘신병 2’의 대본을 쓴 장삐쭈 작가. 사진 A2Z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내외부를 통틀어 스무 군데 이상의 피드백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장삐쭈 작가에게도 오리지널 이야기를 펼쳐야 한다는 도전이었고, 장기적으로 시즌을 이어가는 기반이 되는 작품이어야했기 때문입니다. 장삐쭈라는 크리에이터가 작가로서 이름을 내밀 기회가 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민진기 감독)

그동안 웹 크리에이터로서 외부로는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비롯해 신변을 드러내지 않았던 장삐쭈 작가도 인터뷰에 합류했다. 그는 인터뷰 바로 얼마 전 개인방송을 통해 얼굴을 공개했고, 웹 기반 창작을 벗어나 드라마 등 더욱 넓은 지평을 바라보겠다고 선언했다. 장 작가에게도 이 작품의 의미는 컸다.

“생각 자체가 계획적이진 않습니다. 순간순간을 열심히 하려고 하죠. 시즌 2가 시기상 애니메이션의 최신 이야기를 드라마 시즌 3에 넣기는 힘들다고 봐서 애니메이션 시즌 3의 내용으로 드라마 시즌 2로 많이 넣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종이비행기를 접는 과정으로 봤어요. 반으로 반듯하게 접기 시작해 완성했을 때 땅으로 고꾸라질 수도 있는 건데 떠났을 때 균형을 잡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꼈습니다.”(장삐쭈 작가)

ENA 드라마 ‘신병 2’ 한 장면.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이번 ‘시즌 2’의 관건은 재능있는 신예들의 에너지로 꾸렸던 ‘시즌 1’과 달리 김지석이라는 유력 배우가 합류했다는 점이었다. 시즌 1보다 나아져야 하는 시즌 2의 계산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중대장을 시즌 1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켰기에 섭외해야 했습니다. 기존의 친구들을 모두 흔들 수 있는 인지도와 파급력이 필요했어요. 코미디와 진지한 연기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습니다.”(민진기 감독)

“드라마를 썼던 경험이 적으니 누구를 생각하고 만드는 건 아니었어요. 감독님이 처음 물망에 있는 배우를 알려주셨고, 어느 날 김지석씨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된다면 엄청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장삐쭈 작가)

ENA 드라마 ‘신병 2’ 한 장면.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드라마는 장삐쭈 작가 실제 경험의 뼈대 위에 쌓은 이야기를 좀 더 유려하게 표현하는 민진기 감독의 관록이 더해졌다. 장삐쭈 작가의 애니메이션은 군 생활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이 있는데, 결국 군이라는 환경이 상황과 계급이 바뀌면 또 사람을 바꾸는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였다.

“군 콘텐츠를 따지면 정말 예전의 ‘동작 그만’ 시절까지 올라가죠. 저는 그 계보가 ‘푸른거탑’ ‘진짜 사나이’ ‘신병’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사실 ‘푸른거탑’은 코미디로서 접근했어요. 코미디로서의 공감 극대화가 목적이었죠. 그런데 MBC에서 ‘진짜 사나이’를 만들더라고요. 군 콘텐츠가 리얼리티와 결합할 수 있다는 걸 보였습니다. 여기서 이것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콩트식의 콘텐츠로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봤어요. 그때 주목했던 것이 장삐쭈 작가의 감성이었습니다.”(민진기 감독)

ENA 드라마 ‘신병 2’를 연출한 민진기 감독. 사진 A2Z엔터테인먼트



“군대는 참 ‘와일드한’ 공간입니다. 정글의 축소판으로도 볼 수 있어요. 약육강식이 있고, 계급이 있죠. 하지만 힘으로 계급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군의 그런 성격과 제가 선호하는 콘텐츠의 결이 같았던 것 같아요.”(장삐쭈 작가)

한국의 군 콘텐츠는 ‘진짜 사나이’를 포함해 최근 넷플릭스 ‘D.P’ 시리즈의 호성적으로 세계적인 주목도 받고 있다. 결국 민 감독은 한국 고유의 것 중에 징병제에 따른 군 문화는 필수 불가결하고, 이제는 그 토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ENA 드라마 ‘신병 2’ 대본을 쓴 장삐쭈 작가. 사진 A2Z엔터테인먼트



“K-콘텐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원이 필요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군 내 문제를 노출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문제 제기도 필요하죠. 우리나라 징병역사 50년(실제 74년)으로 보면 앞으로 갈 10대의 친구들부터 80대까지, 이 정도 파급력의 콘텐츠는 없다고 생각해요.”(민진기 감독)

이들의 머릿속에 아직 드라마 시즌 3에 대한 계획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IP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라 대중의 사랑을 먹으며 자라날 것’이라는 말이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박민석(김민호)의 활약을 기대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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