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결혼에 관한 로망? 당연히 있죠”[인터뷰]
배우 강하늘이 코믹하게 변신했다. 결혼 앞에서는 구차해지고 이혼 법원 앞에선 아이 같아지더니, 기억을 잃고 다시 사랑을 얻는다. 영화 ‘30일’(감독 남대중)에서다.
실제로도 결혼에 관한 로망이 있을까. 영화를 찍으면서 결혼관이 달라졌냐고 묻자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만 더 어렸다면 ‘결혼이 이럴려나’ 생각했을텐데, 이젠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많아서 제법 알아요. 알콩달콩 사는 친구들도 있고 맨날 싸우는 친구 부부의 상담을 들을 때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결혼엔 누구나 다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알게 됐죠. 하지만 결혼에 대한 로망은 있어요. 집에서 같이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제가 집돌이라서 성향이 맞았으면 하거든요. 아내 혼자 나가게 하는 것도 미안해서 안 될 것 같고요.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겠죠?”
강하늘은 최근 스포츠경향에 ‘30일’로 관객을 만나는 설렘과 자연인 ‘김하늘’(본명)에 관한 QNA에 성실하게 임했다. ‘까르르’ 웃음도 자주 터뜨렸다.
■“정소민과 재회, 현장에서 여유가 느껴지더라고요”
‘30일’은 이혼 직전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의 로맨틱 코미디다. 두 사람은 전작 ‘스물’ 이후 무려 8년 만에 다시 만나 로맨스 코미디를 완성했다.
“정소민과 20대에 ‘스물’에서 만나고 30대에 ‘30일’로 다시 만났는데, 이 유니버스를 살려서 40대에도 같이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에도 정말 편하게 촬영했는데요. 걱정할 게 없었거든요. 둘 다 중간에 다른 작품들을 했고 오래되기도 해서 처음엔 ‘스물’을 떠올리지 못했는데, 촬영 중간에 알게 됐어요. 우리끼리 ‘스물’의 캐릭터들이 자란 게 아니냐고 얘기하기도 했고요. ‘스물’이 남자 세 명의 이야기라면 이건 남녀 부부 관계의 이야기니까 물론 ‘스물’과는 느낌이 다르겠죠.”
오랜만에 만난 정소민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건 현장에서 소민이에게 여유가 느껴졌다는 점이었어요. 나도 저런 모습이 보일까. 저런 분위기가 나에게도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배울 점이 생겼더라고요.”
함께 연기한 조민수, 김선영, 윤경호 등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말 ‘짱’이었어요. 같이 현장에서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거든요. 이런 사람들과 작품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더라고요. 조민수 선배는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주는 분인데요. 카메라에 걸리지 않는 발톱, 손톱 색깔까지 캐릭터의 감정을 생각해서 세세하게 칠하고 오더라고요. 진짜 대단하다 느꼈어요. 이러니 진짜처럼 느껴지죠. 또 윤경호 형은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왜 TV만 틀면 윤경호가 나오는지 알겠더라고요. 적정선을 지키면서 유쾌한 걸 살리는 게 특기인 형과 연기하면서 행복했어요.”
■“내성적인 성격, 유명세는 신인 시절 큰 딜레마였죠”
2007년 KBS2 ‘최강 울엄마’로 데뷔한 이후 2014년 tvN ‘미생’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그는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그만큼 유명인으로서 삶은 행복했을까.
“신인 시절엔 ‘유명세’과 가장 큰 딜레마였어요. 전 남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향인데, 제가 할 줄 아는 게 연기뿐이니 카메라 앞에 서야 하잖아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사람들이 날 몰라봐주길 바라는데, 그게 딜레마잖아요. 말이 안 되는 거죠. 남들이 알아봐줘야 저도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건데, 알아보는 건 또 힘들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흘려보내지’란 생각으로 그 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행히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 공간’을 구분지을 수 있게 됐어요. 연기가 끝나면 문을 닫고 나로 돌아오고, 연기할 땐 문을 열고 소통하려 했죠.”
현명한 관리법이다. 흥행 여부에 대한 부담에서도 점점 빠져나오는 중이다.
“연기자의 몫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돼요. 특히 작품이 쌓일수록 배우의 몫은 흥행과 거리가 멀더라고요. 흥망은 우리 손을 떠난 문제잖아요. 개봉을 결정하면서부터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끝났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땐 제 몫을 했으니, 흥망은 제작사가 걱정해야한다, 배우로선 그날 찍는 촬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몫이라고 정한 것 같아요.”
자신의 강점과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생각도 담백하게 털어놨다.
“배우로서 강점이라고 하면, 제가 절 봐도 부담스러울 만큼 잘 생기지 않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조금이라도 더 피부에 가깝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것도 좋아요. 어릴 때엔 30대가 되길 바랐고, 지금 역시 그 위로 올라가는 나이까지 기대되고요. 다만 40대가 되어도 지금처럼 이렇게 많이 웃고 지낼까, 그런 상상은 많이 해요. 매일 웃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을 하든 즐겁게 하고, 재밌게 웃으면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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