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여, 꼭 돌아와서 우리의 마지막 바람을 함께 이루자!” [SS포커스]

황혜정 2023. 10. 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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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외야수 이정후가 10일 홈 마지막 경기에서 홈팬들과 함께 키움 구단이 만든 헌정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꼭 돌아와서 우리의 마지막 바람을 함께 이루자.”

히어로즈가 영웅과 작별한다. 데뷔 시즌인 2017시즌부터 주전 외야수로 나서 전경기 출장, 3할 타율을 기록했으니 그해 신인왕은 단연 그의 것이었다. 2018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3할대 타율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공·수 맹활약해 5연속시즌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故장효조가 갖고 있던 외야수 최다 수상 기록과 타이다. 특히 2022시즌엔 타격 5관왕을 쓸어 담으며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데뷔 6년 만에 리그 최고 선수가 된 것이다.

그런 선수가 소년에서 청년이 돼 이제 더 큰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난다. 오랜 꿈이었고, 같이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절친한 형이 세계 최고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그 꿈이 더 간절해졌다. 7년 전엔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이젠 그 어떤 수식어도 그 이름 석 자보다 빛나지 않는다. 자기 이름 석 자가 이미 하나의 야구 아이콘이 됐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5)가 7년간의 KBO리그 생활을 잠시 뒤로 하고,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한다.

2017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당시, 넥센 히어로즈(現키움 히어로즈)에 1차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휘문고). 유니폼을 입혀주는 이는 당시 넥센 스카우트 팀장이던 고형욱 키움 히어로즈 단장. (스포츠서울DB).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는 2023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다.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정후가 홈팬들에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마지막 경기이기에, 키움 홍원기 감독은 이정후를 경기 후반 대타로 내보내며 작별 인사할 기회를 줬다. 팬들도 이정후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만석에 가까울 정도로 구장을 가득 채웠다. 곳곳에 이정후 유니폼이 걸렸고, 이정후를 향한 스케치북 메시지가 관중석 곳곳에 보였다.

그가 마침내 8회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자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를 건네는 이정후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눈물을 보였다. 이정후도 홈팬 앞에서 마지막 안타를 치고 싶었는지, 상대 투수와 12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이정후는 땅볼이었지만 전력 질주를 했다. 완전히 부상에서 낫지 않았지만, 전력 질주해 1루에서 살아남는다면 안타가 된다. 안타로라도 작별 인사를 건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이정후가 10일 고별전에서 팬 한 명 한 명을 눈에 담고 있다.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경기 후 이정후의 홈 고별식이 진행됐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이 전광판에 헌정 영상을 띄웠다. 지난 7년의 세월이 압축된 영상이었다. 신인 드래프트부터 최고 선수로 우뚝 설 때까지. 그 시간이 모두의 머리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활용한 따뜻한 자막은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바람이 불어왔던 그해 봄을 기억해. 그렇게 불어온 바람은 매 계절 우리를 설레게 했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들어줬어. 우리의 오랜 바람을 이뤄줄 바람이었지. 함께한 모든 시간이 선물 같아서 이별은 여전히 자신 없지만, 더 큰 무대에서 너의 바람이 이뤄지길 응원해. 바람은 불기 시작한 곳으로 다시 불어온다고 하니까, 그때 꼭 돌아와서 우리의 마지막 바람을 함께 이루자. 고마웠어, 너의 앞날을 응원해! -이정후 헌정 영상 속 키움 구단의 메시지

고별식에서 이정후는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꿈꿨던 소년을 이렇게 거둬주시고, 국가대표까지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해외 무대라는 꿈도 키울 수 있게 도와주신 구단 관계자 및 감독님, 코치님들께도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정후는 “항상 내 뒤에 서 계셔준 팬분들 덕분에 정말 큰 힘이 됐다. 항상 키움팬분들의 자부심이 되고자 노력했다. 어디를 가서도 히어로즈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7년보다 더 긴 야구 인생이 남았겠지만, 내가 처음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이 7년은 가슴 속에 남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라는 이정후에게 히어로즈는 꿈이자, 집이자, 자부심이었다.

히어로즈는 영웅을 키웠고, 그 영웅은 히어로즈 가족들에 선물 같은 시간을 남겼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던 7년 전 그날부터 매 순간, 우리는 작은 영웅이 성장하는 모든 경기를 지켜봤고, 그가 점차 큰 영웅이 되어가는 순간을 함께했다. 일상에 지친 이들의 기쁨이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이제 영웅 군단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언제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언젠가, 영웅은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돔구장을 바람처럼 누빌 것이다. 그리고 아직 이루지 못한 바람도 함께 이뤄낼 것이다. et16@sportsseoul.com

“고마웠어, 너의 앞날을 응원해!”...키움 히어로즈 구단이 ‘영웅’ 이정후에게 건넨 마지막 메시지.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2017~2023시즌 KBO리그 기록

2017시즌: 144경기, 타율 0.324, 179안타, 2홈런

2018시즌: 109경기, 타율 0.355, 163안타, 6홈런

2019시즌: 140경기, 타율 0.336, 193안타, 6홈런

2020시즌: 140경기, 타율 0.333, 181안타, 15홈런

2021시즌: 123경기, 타율 0.360, 167안타, 7홈런

2022시즌: 142경기, 타율 0.349, 193안탸, 23홈런

2023시즌: 86경기, 타율 0.318, 105안타, 6홈런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1181안타, 65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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