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호 들락날락하다 아예 짐 쌌다" 교민들이 전한 공포
"이전엔 사이렌이 울리고 잠시 후 한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는데, 이번엔 폭발음이 더 요란해졌어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가하고 이스라엘이 이를 '전쟁'으로 선언한지 나흘째를 맞은 10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만난 교민 정 모(49)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정 씨는 "예전엔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나면 몇초 후에 아이언돔이 로켓포탄을 요격하는 소음이 1∼2차례 들렸지만, 이번에는 서너 차례 이상 요란하게 들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아이언돔이 하마스의 퍼붓기식 로켓 발사에 뚫렸다고 하는데 바로 그런 상황이 방공호에서 듣는 소음에서도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텔아비브 남쪽에 위치한 르호봇에 거주하는 바이츠만 연구소 김정석 박사는 "하마스의 공세가 시작된 7일 오전 사이렌이 한번 울려서 지하 방공호로 대피했다가 집으로 올라가는 걸 반복했는데 이후에는 너무 자주 울려서 그냥 짐을 싸서 대피소에서 2∼3시간을 보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김 박사는 "르호봇은 가자지구에서 텔아비브나 벤구리온 공항을 조준해 로켓을 발사하면 지나가는 경로에 있는데, 그런 점을 고려하면 공항과 텔아비브를 노린 로켓포 일제 사격도 훨씬 밀도가 높아지고 간격이 촘촘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사실 2021년 11일 전쟁 이전에는 가자지구에서 로켓을 쏜다 해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냥 한두 발 정도 쏘고 마는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2021년 전쟁을 기점으로 하마스가 쏘는 로켓의 절대량이 갑자기 늘어났고, 사거리도 이스라엘 중부에 있는 텔아비브 근처까지 늘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때부터 사이렌 소리에 더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예루살렘 북부 유대인 마을 피스갓제브에 거주하는 이요섭(37) 목사도 "이 곳에서는 사이렌이 여러 차례 울려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방공호를 들락날락해야 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예루살렘까지 사이렌이 울리는 상황은 과거엔 많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은 하마스가 쏘는 로켓의 수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느끼고 이런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공세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과거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했던 아이언돔이 하마스의 로켓 세례에 뚫려 적잖은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하마스는 개전 초기에 20분 동안 5천 발 이상의 로켓을 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이때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서는 로켓포탄에 의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적잖이 발생했습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아이언돔의 방어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수천 발의 로켓포탄을 동시에 쏘는 하마스의 전술 변화를 꼽습니다.
로켓 발사 방식과 함께 현지 한인들이 크게 우려하는 하마스의 또 다른 전술 변화는 바로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에 침투시켜 살인과 납치를 실행한 것입니다.
전례가 없는 이 작전은 실제로 이스라엘 측의 엄청난 인명 손실을 유발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남부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서는 무려 260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무장세력 침투에 대한 공포를 조성했습니다.
이 목사는 아랍계 마을을 마주 보는 거주지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오토바이나 행글라이더 등을 타고 하마스 무장대원이 이스라엘에 침투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우리 근처에 와 대기하고 있던 무장 괴한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생겼고 유언비어도 많이 돌고 있"고 말했습니다.
한인 밀집 지역인 예루살렘 프렌치힐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한 한인은 "무장세력 침투 소식 이후 문을 꼭 잠그는 버릇이 생겼다. 동네에서도 방범 활동을 강화하는 상황"이라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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