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같이 오르내리던 매매·전세가, 이제 동행 끝?

나원식 2023. 10. 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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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전고점 회복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주춤
전세 수요는 더 커져…"당분간 매매·전세 상반된 흐름"

빠르게 반등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집값이 전고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수요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최근 시중 금리 인상과 여전한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당장 매매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환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세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매를 망설이는 이들의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 함께 오르내리던 매매·전세 가격이 당분간 엇갈린 흐름을 보일 거라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전세 수급지수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집값 너무 올랐나? 매매 수요 위축…전세는 증가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를 기록하며 3주째 하락했다. 이 지수는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2월 넷째 주에 63.1을 기록해 저점을 찍은 뒤 올해 상반기 내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에 집값이 크게 떨어진 데다가 올해 들어 정부 규제 완화와 시중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회복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이후에는 수요가 다시 위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전고점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등을 위해 대출을 조이고 있고 시중 금리도 오르면서 회복세가 다시 둔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전세 수요의 경우 올해 초부터 증가하던 흐름이 지속해 이어지고 있다. 10월 첫째 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5를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에 근접하고 있다.

매매 관망 수요 전세로…당분간 엇갈린 흐름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아파트의 매매 수요는 주춤하고 전세 수요는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런 수요 변화에 따라 매매가격 상승세는 둔화하는데 전셋값은 지속해 오르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은 유사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매매는 물론 전세 수요도 크게 위축한 영향이다. 특히 전세 수요의 경우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월세가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월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월셋값 역시 크게 오르면서 다시 전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등 공급이 위축하는 데다가 매매 관망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세로 수요가 쏠리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관련 기사: [집잇슈]역전세난?…서울 아파트 전셋값 더 오른다(10월 9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같은 흐름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반대의 흐름을 나타내기도 한다. 두 주거 형태가 서로 대체재 역할을 하는 영향이다. 당장 집을 사기가 부담스러울 경우 수요자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아파트 매매 전세 가격 변동률. /그래픽=비즈워치.

실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매매 시장은 침체해 있었지만 전세 시장의 경우 수요가 지속하며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는 등 엇갈린 흐름을 보인 바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경기 흐름이 낙관적이지 않은 데다가 금리도 오르면서 당장 집을 사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전세가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 시장 내에서 월세 수요가 전세로 이동하고, 여기에 더해 당장 집을 매매하기는 부담스러운 관망 수요까지 전세로 쏠리면서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이어질 거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후에는 전세 가격 역시 상승세가 둔화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전세와 매매 가격 차가 좁혀진 뒤에는 집값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송 대표는 "매매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데 전세 가격만 계속 오를 수는 없다"며 "결국 전세 가격 역시 일정 수준으로 오른 뒤에는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최근의 분위기처럼 전세와 매매 가격 흐름의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셋값이 계속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결국 매매 가격을 떠받치며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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