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어두운 '화란' [무비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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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고 습한 냄새가 코 끝을 건들인다.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두 소년의 처절함이 잔인하게 다가오는 '화란'이다.
11일 개봉된 '화란'(감독 김창훈·제작 사나이픽처스)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고등학생 김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하는 누아르 드라마다.
김연규는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해 자신이 꿈꾸는 화란으로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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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진하고 습한 냄새가 코 끝을 건들인다.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두 소년의 처절함이 잔인하게 다가오는 '화란'이다.
11일 개봉된 '화란'(감독 김창훈·제작 사나이픽처스)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고등학생 김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하는 누아르 드라마다.
영화는 새아빠의 폭력과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지옥 같은 일상을 사는 김연규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김연규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네덜란드로 이민 가기 위한 돈을 모은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여기에 의붓여동생 하얀(김형서)를 괴롭힌 학교 일진을 폭행해 합의금 300만 원이 필요한 상황. 김연규는 일하는 중국집 사장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절망에 빠진 순간 치건이 김연규에게 아무 조건 없이 300만 원을 건넨다. 김연규는 치건의 도움으로 당장의 위기는 모면하지만, 더 큰돈을 벌기 위해 조직으로 들어간다.
김연규는 치건을 만나 돈을 벌게 되지만, 점점 어둠에 물들게 된다. 하얀은 김연규의 달라진 모습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그의 듬직한 가림막이 된다.
하지만 김연규의 현실은 여전히 지옥 같다. 새아빠의 지독한 폭행, 가난, 섣불리 뛰어든 조직 생활은 그를 괴롭게 한다. 김연규는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해 자신이 꿈꾸는 화란으로 떠날 수 있을까.
'화란'은 네덜란드의 음역어다. 동시에 재앙과 난리, 재변에 의한 세상의 어지러움이란 뜻을 가진 단어이기도 하다. 이는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네덜란드 이민을 꿈꾸는 평범한 고등학생 김연규. 하지만 새아빠의 폭행, 자신의 잘못이 아닌 가난, 방관하는 어른들에 의해 점점 구렁텅이로 빠진다. 유일하게 애정을 가져줬던 어른 치건마저도 김연규를 이용하고 만다.
김연규의 서사는 어둡고 슬프다. 폭행도 조직 생활에 뛰어든 것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의붓여동생과 친어머니를 위함이다. 그럼에도 잔인한 건 모든 죄를 기꺼이 자신이 짊어진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 도움의 손길이라 생각했던 치건마저 최후엔 '비겁'해진다.
치건과 김연규를 각각 연기한 송중기와 신예 홍사빈의 연기는 녹진하다. 많지 않은 대사, 큰 액션 없이도 눈빛만으로 그 공백을 메운다. 치건과 김연규가 마지막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화란'의 클라이맥스다. 쌓아온 감정의 진폭이 마침내 터져나오듯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함이 폭발한다.
다만 124분 러닝타임 동안 '화란'의 분위기는 착잡하고 슬프다. 두 인물에 녹아든 만큼 관객의 감정 소모도 상당하다. 때때로 불필요한 수준의 잔인함이 더해져 눈을 찌푸리게 한다. 15세 관람등급이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화란'은 송중기의 노개런티 작품이자 첫 칸 입성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품의 매력을 잃고 싶지 않았다"는 송중기의 확신이 관객에게도 통할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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