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권순일 LG 기사가 달려온 여정, ‘24년’ 그리고 ‘960,000km'

손동환 2023. 10. 11. 07: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9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8월 22일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프로농구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는 선수들이다. 프로농구단은 선수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많은 스태프를 고용한다. 선수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버스 기사도 그 중 한 명이다.
창원 LG의 버스 기사인 권순일 씨는 1999년 8월부터 LG 선수들과 함께 움직였다. 24년 동안 1,000,000km 가까운 거리를 LG와 함께 했다. 권순일 씨의 시간과 거리는 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꾸준함’과 ‘책임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구 1바퀴, 그리고 24년
고속버스를 운행했던 권순일 씨는 1999년 8월부터 창원 LG 프로농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선수단의 이동을 책임졌다. 긴 여정을 홀로 감당했다.
기자는 권순일 씨에게 LG와 함께 한 운전 거리를 물었다. 질문을 들은 권순일 씨는 잠깐 생각을 했다. “1년에 35,000km에서 40,000km는 될 것 같다”고 추측했다. 권순일 씨의 연 평균 운전 거리는 지구 1바퀴(약 40,075km). 그렇게 24년의 세월이 누적됐다. 운전만으로 지구 24바퀴를 돌았다.

창원 LG 프로농구단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합니다.
고속버스를 몰다가, 지인의 소개로 창원 LG 프로농구단 버스 기사 모집 공고를 봤습니다. 합격 후 1999년 8월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원래부터 농구를 좋아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축구를 더 좋아했습니다.(웃음) 농구는 TV로만 접했죠. 그렇지만 이충희 감독님과 박수교 감독님의 선수 시절을 접했던 세대였기에, 농구 선수를 향한 동경과 설렘은 있었습니다. 마침 제가 입사했을 때, 이충희 감독님께서 저희 팀을 맡고 계셨어요. 그래서 설레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웃음)
프로 초창기부터 운전을 하셨습니다. 그때는 어려움을 더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저희 연습체육관이 서울 방이동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속도로가 많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창원으로 이동하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대구에서 빠져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라든지 대전통영고속도로가 새롭게 생겼습니다. 서울과 창원을 기준으로 하면, 이동 거리가 100km 정도 줄었습니다. 이동 시간도 줄었고요.
운전 거리가 어마어마하실 것 같아요.
(잠시 생각을 한 후) 1년에 평균 35,000~40,000km는 운전한 것 같아요. 그렇게 25년 가까이 운전했으니, 아마 1,000,000km는 운행했을 겁니다.(웃음)

“24년을 운전했는데도...”
운전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전방을 주시하되, 주변의 움직임과 돌발 상황을 늘 대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으로 인한 피로도는 크다. 긴 시간 혹은 장거리를 운전할 때의 피로도는 더욱 크다. 특히, 밤이나 새벽에 운전하게 되면, 사고 확률이 상승한다. 게다가 악천후에는 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위험 요소가 더 많아진다.
권순일 씨도 그런 위험에 많이 노출됐다. 하지만 운전할 때 집중의 날을 더 세웠고, 더 침착하려고 했다. 그래서 아무 사고 없이 24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일 경기는 저녁에 끝납니다. 새벽 운전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팀이 이기면, 선수단 분위기가 좋습니다. 저 역시 피곤함을 잊을 수 있죠. LG의 일원이자 가족이니까요. 그렇지만 새벽에 이동하다 보니, 선수들은 휴식을 취해야 해요. 저 역시 긴장해야 합니다. 운전하는 24년 동안, (평일 경기 당일에는) 저녁을 먹은 적이 없어요. 어느 계절에든 얼린 물만 마시고요. 운전 시간에 맞춰, 컨디션 조절도 하고요.
그렇게 하시는 이유는 졸음 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음은 어느 순간 찾아오는데요.
물론, 졸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졸음운전을 한 적은 없었어요.
겨울에는 얼어있는 길도 많습니다. 그 외의 위험 요소도 많고요.
아마 김태환 감독님 계실 때일 거예요. 방이동에서 안양 원정 경기를 위해 이동하려고 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왔어요. 대치동으로 갈 때쯤, “폭설로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창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다음 날 경기가 창원에서 열렸거든요. 그런데 대치동에서 양재 TG까지 2시간 정도 걸렸어요.(웃음) (왜 그랬나요?) 눈 때문에, 이동을 못한 거죠.
또, 강을준 감독님 계실 때, 전주에서 창원으로 이동할 일이 있었습니다. 전북 진안 쪽에서 폭설을 만났어요. 3월인데도, 숱한 눈과 마주한 거죠. 그때 역시 정말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그리고 여수 코리아텐더가 있을 때, 여수에서 방이동까지 9시간 걸린 적이 있습니다. 내장산으로 단풍 여행을 온 분들이 많아서, 교통 체증이 심했거든요.(웃음)
장거리 운행을 할 때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하셨듯이, 체력을 관리하는 노하우도 필요할 거 같습니다.
입사 초반에는 선수들의 슈팅 연습을 도와줬습니다. 선수들이 던진 볼을 리바운드한 후, 선수들에게 전달했죠. 그런 식으로 운동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가 많아져서, 선수들의 볼을 잡아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시간 날 때 체육관에서 운동을 해요.
가장 중요한 건 ‘무사고’입니다. 긴장감이 크실 것 같아요.
체력은 매년 떨어지지만(웃음), 긴장감은 매년 똑같습니다. 선수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오늘도 잘 왔구나’라는 생각도 그때서야 하는 거죠.
그리고 모든 스포츠 구단 기사님들이 공감하는 게 있을 겁니다. 스포츠 구단 차다 보니, 주변에 있는 차량들이 장난을 칩니다. 이동을 방해하는 차도 있고요. 아마 (스포츠 구단 차량이라는) 호기심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운전하고 계십니다. 운전을 잘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노하우라기보다, 제 직업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먹고 살려면, 성실하게 해야 해요.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의 안전이 걸린 만큼, 제가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덕분에 재미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창원 LG는 프로 원년을 시작했던 팀 중 하나다.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한 적은 없지만,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구단이다. 2022~2023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창원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았다.
권순일 씨도 LG의 역사를 함께 했다. 권순일 씨의 헌신도 있었기에, LG가 팬들과 오랜 시간 호흡할 수 있었다. 권순일 씨도 LG에서의 시간을 의미 있게 여겼다. “덕분에 재미있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라고.

LG에 있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먼저 2000~2001시즌이 생각납니다. 창단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갔고, 에릭 이버츠와 조성원 전 감독이 공격 농구를 화끈하게 보여줬거든요. 그리고 창단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를 했던 2013~2014시즌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다들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굳이 한 명을 꼽으라면, 제가 입사 초반에 함께 했던 김태환 감독님이 생각나요.
조상현 감독을 선수 시절에도 경험했습니다.
조상현 감독님께서 LG를 떠난 후에도, 저와 매년 한 번씩 안부를 나눴습니다. 제가 삼겹살을 좋아해서, 삼겹살도 같이 먹었고요.(웃음) 명절 때도 제 안부를 많이 챙겼습니다.
‘감독 조상현’과 ‘선수 조상현’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지금은 감독님이기 때문에, 제가 많이 어렵습니다.(웃음) 그렇지만 감독님께서는 지금도 저에게 잘해주세요. 다만, 제가 감독님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습니다. 팀의 수장이다 보니, 모든 일들을 책임져야 하거든요. 저에게도 가끔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라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감독님께서 잘하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너무 열심히 해주셨고요. 실제로, 선수들을 잘 컨트롤했고, 저희 팀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습니다. 그래서 더 뿌듯했어요. 놀랐기도 했고요.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면, 우승 트로피일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만 58세입니다. 정년 퇴직이 2년 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 전에는 우승 반지를 꼭 끼고 싶어요.(웃음) 조상현 감독님께서 반지를 저에게 안겨주실 거라 믿습니다.(웃음)
우승하는 순간을 상상한 적이 있으신가요?
다른 동료 기사들이 우승 반지를 보여줄 때, 저도 정말 부러웠습니다. 우승 반지를 너무 끼고 싶더라고요. 선수들과 헹가레를 치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아마 구단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겁니다.
LG는 기사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34살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구단입니다.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던 곳이죠. 또, LG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덕분에, 많은 혜택을 입고 있습니다. LG에서의 추억 덕분에, 너무 재미있었고요. 그래서 LG는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 KBL 제공(본문 두 번째 사진)-임종호(본문 3번째 사진)-손동환(본문 4번째 사진)-창원 LG 세이커스 제공(본문 마지막 사진)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