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저지방 우유, 대체유에 자리 내줄까
오트밀크 등 대체유 성장 영향
시장 타깃 비슷해 역전될 전망
낮은 지방 함유량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즐겨 찾던 저지방·무지방 우유가 오트밀크·아몬드유 등 대체유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지방 함유량은 저지방 우유만큼 낮으면서도 맛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 때문이다. 대체유가 곧 저지방 우유류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세 될 줄 알았던 '저지방'
10년 전만 해도 저지방 우유가 전체 우유 시장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 때가 있었다. 2000년대 초 한자릿수였던 저지방·무지방 우유 비중은 2010년대 초 건강 바람을 타고 20%대까지 치솟았다. 유업계도 0%, 1%, 2% 등 지방 함유량에 따라 제품군을 늘리는 등 시장 확대에 팔을 걷어부쳤다.
인기가 높아지니 논란도 뒤따랐다. 당시 국내에서는 저지방 우유를 '프리미엄 우유'로 여겼다. 당연히 일반 흰우유보다 비싼 가격을 매겼다. 하지만 저지방 우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해외에선 추출한 유지방을 이용해 치즈, 크림 등의 부산물을 만드는 만큼 저지방 우유가 저렴한데 한국에서만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유업계는 2016년 매일유업을 시작으로 저지방 우유 라인의 가격을 흰우유와 같은 수준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보기 드문 '가격 인하' 사례였다.
유업계는 저지방 우유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봤다. 미국이나 영국 등 '우유 선진국'은 전체 흰우유 매출에서 저지방 우유 비중이 7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저지방 우유가 부진한 흰우유 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믿었던 이유다.
갑자기 나타난 '오트밀크'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오트밀크와 아몬드유 등 대체유 시장이 커지면서 저지방 우유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저지방 우유만큼이나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도 저지방 우유의 '묽은 맛'을 해결한 대체유가 건강을 생각하는 우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5%였던 저지방·무지방 우유 매출 비중은 올해 들어 11.6%로 낮아졌다. 어메이징오트와 아몬드브리즈 등 대체유의 선전 탓이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편의점은 더 극적이다. A편의점에서 올해 9월까지 저지방·무지방 우유 매출 비중은 2.4%로, 2020년 동기 5.0%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타벅스에서도 라떼를 주문할 때 저지방 우유나 무지방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3%대로 떨어졌다. 반면 오트밀크나 두유 등 대체유를 넣는 소비자는 두 배가 넘는 7%에 달했다.
소매 시장에서도 대체유의 활약은 눈부시다. 매일유업의 아몬드브리즈는 연 매출 규모가 1000억원대에 달한다. 대형마트에 가면 오트밀크와 아몬드유 코너가 흰우유 못지 않은 규모로 열려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유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6942억원으로, 4년 전 대비 23% 성장했다. 2026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 탄 맛 우유'는 살아남을까
업계에서는 대체유가 저지방·무지방 우유의 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저지방 우유군은 우유의 바디감을 책임지는 지방을 줄인 만큼 질감이 묽다. 일부 소비자들은 "우유에 물을 탄 것 같은 맛"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오트밀크 등 대체유는 우유와 흡사한 맛과 질감을 낸다. 대체유 소비자들은 "그냥 마셔도 우유보다 맛있다"고도 말한다. 우유의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1주일, 소비기한이 미개봉시 45일인 반면 오트밀크는 1년이 넘는 것도 장점이다. 카페나 식당 등에서 품질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지방·무지방 우유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트밀크의 경우 '친환경 건강식'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칼로리나 지방 함량이 낮지 않은 편이다. 매일유업 어메이징오트 바리스타의 경우 200㎖당 145㎉, 지방 함량 6g으로 흰우유(120㎉, 6.8g)과 거의 흡사하다. 당류도 2.8g으로 적지 않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저지방 우유를 밀던 유업계가 최근에는 대체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라면서 "저지방 우유가 차지하던 시장이 상당 부분 대체유와 겹치기 때문에 두 시장의 역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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