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투심 위축…코스닥 800선 붕괴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은 전날 대비 2.62% 하락한 795.0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이 8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3월17일(797.39)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은 이차전지주 급등에 지난 7월21일 기준 934.58까지 상승했으나 점차 이차전지주와 함께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은 셀트리온헬스케어(+3.43%)를 제외한 에코프로비엠(-5.31%), 에코프로(-6.32%), 포스코DX(-4.77%), 앨엔에프(-3.90%) 등 대부분 시총 상위종목들이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미국 9월 고용지표 발표에 따라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낮아진 호재와 이·하마스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 심화라는 악재가 엇갈리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장 초반 2% 가까이 상승해 2447선을 돌파했으나 오후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전날 대비 0.26% 떨어진 2402.58로 마감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이날 3760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208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662원을 순매도했다. 뉴욕 증시가 간밤 상승 마감했지만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는 오히려 위축됐다.
이·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와 방산 관련주는 이날 급등세를 보였다. 한국석유(+29.93%)와 흥구석유(+29.95%), 중앙에너비스(+29.80%)는 상한가를 찍었고 GS(+4.18%), S-Oil(+3.98%) 등 정유사 주식은 상승세를 보였다. LIG넥스원(+6.38%), 한국항공우주(+4.07%), 현대로템(+3.49%) 등 방산주도 강세였다.
증권가는 이란이 이·하마스 사태에 대해 선을 그은 만큼 증권에 미치는 리스크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양측 간 일촉즉발의 상황은 오랫동안 지속됐고 이스라엘군의 전력상 예전보다 대응 강도는 커지겠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를 직접 침공해 하마스를 소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변 아랍권의 반발, 미국의 중재를 고려했을 때 양측은 일정 선을 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도 “주식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위험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보다 금리 하락 (이슈) 자체를 반기는 모양새”라며 “다만 물가가 높은 만큼 금리 상승 위험은 상존하고 있고 11월에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이슈 등 미국 정치 리스크도 재차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긴급회의를 열어 이·하마스 충돌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아직 사태 초기로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관계기관 공조하에서 상황별 대응 계획을 재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발표한 ‘10월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지난해 7월부터 5차례 연속 이어지던 하향 조정이 1년여 만에 멈춘 것이다. IMF는 매년 1월과 4월, 7월, 10월에 세계경제 전망치를 발표한다. 이번에 IMF가 수정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한국은행의 공식 전망치(1.4%)와 같다.
IMF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IMF의 이 같은 전망은 하반기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기대와 차이가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가 부동산 문제 등으로 회복이 요원해지고 있고, 대중관계 악화 또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3.0%로 유지했다. 미국·러시아·일본·인도 등의 전망치는 상승했지만, 유로존·중국·캐나다 등은 하락했다.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은 2.9%로 전망하며 종전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이 같은 세계 경기의 보합세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서비스 소비의 급증과 금융불안의 조기 안정 등에 따른 성장세, 중국 경기 침체의 심화 및 제조업 부문의 부진 등이 겹쳐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IMF는 고금리 기조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높은 근원물가로 물가안정목표 달성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IMF는 대부분의 국가가 2025년에야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어 최근 벌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까지 원자재 가격 인상 압력을 높이는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물가안정 시기가 예상보다 더 멀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연금저축,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도 별도로 5000만원의 예금보호한도를 두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달 내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2015년 2월 이후 확정기여형 및 개인형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동일 금융회사에 예금자가 보유한 일반 예금과 별도로 5000만원의 보호 한도를 적용해 왔다. 개정안은 이에 더해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연금저축(신탁·보험),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대해서도 일반 예금과 분리해 별도로 5000만원의 예금보호 한도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탁과 보험을 포함한 연금저축 및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경우 국민이 더욱 안전하게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사고보험금에 대해서는 보험사 부실 때에도 불의의 사고를 겪은 예금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게 됨에 따라,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연금저축공제 및 일반 공제상품을 취급하는 상호금융권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을 담은 개별법 시행령 개정을 조만간 완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총자산 1000억원 이상인 지역 신협에서 이사장을 선출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해당 선거관리를 도맡게 하는 내용의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했다. 앞서 지난 7월 일정 규모 이상 지역 신협의 경우 이사장 선거관리를 선관위에 의무 위탁하도록 신용협동조합법이 개정됐는데, 금융위는 그 기준을 직전 사업연도 총자산(평균잔액 기준) 1000억원 이상으로 규정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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