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도 ‘균형외교’...미국과는 다른 길, 왜?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아바스 수반과 각각 전화 협의를 갖기 위한 조율에 들어갔다고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일본이 양측간 대화를 연결하는 균형외교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격을 감행한 당사자인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대화가 성사된다고 해도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중동에 90% 이상의 원유 수입을 의존하는 일본이 ‘균형 외교’라는 명분을 내세워, 친(親)하마스 성향의 중동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실리를 챙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5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단합된 지지를 선언한 것과 대비된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는 10일 “일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쌍방과 이야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며, 물 밑에서 사태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 방침을 밝혔다. 이 신문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아바스 수반과 전화 협의가 성사되더라도, 가자지구를 실효 지배하는 하마스와의 직접 협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태를 타개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는 곧바로 러시아를 비난하며, 미국과 같은 보조로 우크라이나 지지 태세에 들어갔지만,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선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8일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소셜미디어(SNS) X(구 트위터)에 “강력하게 비난한다”면서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모든 당사자에게 최대한 자제를 촉구한다”고 했다.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9일 이스라엘의 이웃국가인 요르단의 사파디 부총리 겸 외무상과 전화 협의하고, 기시다 총리와 마찬가지로 ‘비난’과 ‘우려’를 전했다.
배경엔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 지역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의 현실이 있다. 일본은 1990년 걸프전쟁 때도 다국적군에 참가하지 않고 총 130억 달러의 재정 지원만 했다가 ‘중동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 테러전쟁에서도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다국적군에 급유하는 수준에 그쳤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2017년 미국의 시리아 공격 때도 각각 ‘미국의 무력 행사를 지지’ ‘미국의 결의를 지지’한다는 표현에 그쳤다. 이 신문은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일본의 중요한 과제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모두와 우호관계를 맺어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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