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오늘도 힘껏 예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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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도를 맞이할 때마다 이 학생은 나와 '케미'가 맞을지, 이 학생의 '전투력'은 어떨지 지레짐작하며 두려움 반, 설렘 반의 기분으로 아이들과 만난다.
모든 게 낯선 입학부터 학교에서 떠나보내는 시원섭섭한 졸업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생활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언제나 예의 바르고 단정한 멋쟁이의 모습으로 새 학교에서의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며 건강을 회복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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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도를 맞이할 때마다 이 학생은 나와 '케미'가 맞을지, 이 학생의 '전투력'은 어떨지 지레짐작하며 두려움 반, 설렘 반의 기분으로 아이들과 만난다. 모든 게 낯선 입학부터 학교에서 떠나보내는 시원섭섭한 졸업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생활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우리 학교로 온 아이가 있었다. 몸이 아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아이라는 말씀을 전해 듣고, "내가 사고라도 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덜컥 겁부터 났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언제나 예의 바르고 단정한 멋쟁이의 모습으로 새 학교에서의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며 건강을 회복해갔다. 경직되어 있던 표정에서 슬슬 웃음기를 보이고 약간의 소심한 반항도 하며,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넘치는 10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에 학부모님께서도 굉장히 기뻐하셨다.
하지만 곧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학부모님께서 예상치 못했던 병에 걸리셨다는 것이다. 나는 불안하고 안타까워 전전긍긍했지만, 오히려 학부모님께서는 담담하셨다. 아이도 또래답지 않은 담대함으로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무리 완치 가능성이 희박하다 해도, 가족의 도리로서 자신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고, 나 역시 너희 가족들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함께 기도하겠다고 진심으로 응원했다.
수술을 마치신 학부모님께 병문안을 갔다. 갑작스러운 발병에 세상이 원망스러울 수 있지만, 학부모님께서는 "내 건강과 아이의 건강을 맞바꾼 것 같아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분노나 아쉬움은 없었다. 병문안을 마치고 나서는 나에게, 학부모님께서는 "우리 아들 잘 부탁드려요"라고 인사하셨다. 흔히 듣는 말이지만, 그 말의 질과 무게가 달리 느껴졌다.
'나의 가장 소중한,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을 요구해도 기꺼이 줄 수 있는 존재-나의 아이'. 비단 이 학부모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학생들과 마주하며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누군가의 귀한 존재인 학생들을 위해,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따금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결론은 항상 같다. "오늘도 열심히 예뻐해 줘야겠다" 김송이 대전대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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