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대전의 명품 공공건축물 건립에 대한 우려와 기대

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2023. 10.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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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며칠 전에 대전시 공무원 몇 명이 학교로 방문해서 차담회를 한 적이 있다. 안건은 현재 시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공연장과 미술관 건립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의 예술의 전당과 시립미술관이 포화 상태라 국제지명공모 방식으로 다른 부지에 추가 건립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필자가 그동안 다양한 설계공모에 대한 관리용역 등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관련 자문을 구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이미 먼저 시행한 서울시의 명품 공공건축물에 대한 혁신방안을 벤치마킹하는 것 같다는 인상도 들었다.

대상부지는 유등천과 대전천이 만나는 도심의 현 중촌근린공원이 될 거라고 한다. 특히 유등천과 호남선 철로 사이이다 보니 교통의 접근성, 철로 변 진동과 소음 등도 마스터플랜 수립 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최근 한강 노들섬 및 여의도공원에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을 위해 다양한 혁신을 시도 중이다. 그 주요 골자는 기존의 방식이 갖는 한계점, 특히 좋은 당선작을 선정해 놓고도 결국은 예상 공사비와의 차이로 변형돼 원래 안의 작품성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했던 점을 극복하기 위해 예산을 미리 정해 놓고 하는 방식이 아닌, 좋은 안을 선정하고 그것이 당선안대로 구현될 수 있는 예산을 역으로 산출하여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공공건축물이 이런 방식으로 건립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대전에서 한 두 개 정도의 건축물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돼 국제적인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미술관과 공연장은 비슷한 문화시설이지만 설계의 전문성 측면에서는 서로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지명원 제출에 있어서도 둘 다 또는 둘 중의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국 동시에 진행되더라도 이 프로젝트는 독립성을 가진 2개의 프로젝트로 봐야 할 것이 때문이다.

둘째, 공모관리 용역사와 발주부서 간의 업무 분장 및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유사한 기존의 공모관리 용역에 대한 경험이 많은 업체라 할지라도 지명팀 추천 및 선정, 심사위원 등의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히 발주부서 책임과 관리 감독 하에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대전 지역 전문가들을 포함한 운영위원회의 구성 및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운영위원장을 PM으로 별도 위촉해 본 과업만을 위한 TF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발주부서는 최대한 균형 있게 공모관리 용역사와 운영위원회를 활용, 제반 문제들을 풀어 나가면서 국제지명설계공모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들은 설계공모 지침서를 짜임새 있고 심도 있게 만드는 것과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체계(운영위원회 등)를 통해서 지명팀을 선정하고 심사위원들을 위촉, 공개하는 것이다. 각 건축물의 용도에 따른 전문성이 확보되고 실적과 명성을 두루 갖춘 건축가나 사무소가 공정한 과정으로 지명되는 과정과 국제공모의 특성에 맞는 국내외 심사위원들에 의한 투명한 심사가 관건이다. 또한 참가 건축가의 발표 프리젠테이션과 심사위원들의 입국에 따른 의전 등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도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꼼꼼히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글의 제목에는 '우려'와 '기대'라는 서로 상반된 단어가 들어 있다. 상황을 보니 국제지명공모에 대한 근본적인 옳고 그름을 따질 때는 아닌 것 같고 이왕 하게 된 것이라면 어느 지자체보다도 매끄럽고 세련되게 공모를 진행해 명품 공공건축물에 대한 기대에 부응할 만한 좋은 작품이 선정돼 완공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실시설계나 공사가 다소 길어지더라도 인내하고 아량심을 가져 좋은 건축물을 기다려 주는 위정자들과 시민들의 성숙된 의식 또한 기대해 본다. 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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