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죽었다"→"산 채로"…푸들 생매장 견주의 거짓말[사건의 재구성]

법원, 징역 6월·집유 2년 선고…"초범, 피해견도 구조"
실형 구형했던 검찰 항소…26일 오전 항소심 첫 공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지난해 4월19일 오전 2시54분쯤 제주시의 한 공터.

사위가 어둑한 평일 이른 새벽 인적 없는 이곳의 정적을 깬 건 30대 여성 A씨와 40대 남성 B씨의 요란한 땅 파는 소리였다.

준비한 삽으로 연신 땅을 파던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움푹 파인 구덩이에 무언가를 파묻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살아 있는 푸들이었다.

이 푸들은 마치 살려 달라는 듯 내내 낑낑댔지만 A씨와 B씨는 푸들이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주변에 무거운 돌덩이들을 얹어 두고 나서야 손을 털었다.

다행히 이 푸들은 날이 밝은 당일 오전 8시50분쯤 행인에 의해 구조됐다. 당시 이 푸들은 땅 위로 주둥이만 내민 채 '우, 우' 소리를 내고 있었다.

경찰이 푸들 몸 안에 심어진 마이크로칩을 확인해 보니 이 푸들은 2015년에 태어난 7살 된 암컷 푸들이었다. 이 때 견주도 함께 확인됐는데 황당하게도 견주는 푸들을 파묻었던 여성 A씨였다.

A씨는 경찰 수사 초기 때만 하더라도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다 A씨는 같은 달 21일 지인 B씨와 함께 갑자기 자수했다. 잇단 언론 보도 등으로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자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이 때도 "범행 당시 강아지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계속 거짓말을 했다.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이르러서야 범행을 실토했다.

A씨의 변호인은 지난 7월6일 결심 공판에서 최후 변론을 통해 "피고인은 범행 당시 개인적인 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도 최후 진술에서 "강아지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B씨의 변호인 역시 이 자리에서 "피고인은 갑작스러운 A씨의 도움 요청을 받고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 채 가담한 것"이라며 선처를 구했다. B씨도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8월24일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단과 방법, 행위들을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고,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를 고려하더라도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들 모두 초범인 점, 피해견이 구조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당초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 B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재판은 오는 26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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