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치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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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눈(2022) // 나의 눈은 늘 물속에 있다 / 물에 잠긴 눈, 흐릿하다 / 뿌연 것들을 보니 애처롭다 / 젖은 눈으로 보니 다 젖어 있더라 / 젖지 않은 자 아무도 없더라 / 마른 땅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 곳 어디에 마른 땅이 있으랴 / 오늘도 젖은 눈으로 흠뻑 젖은 것들을 본다 / 몸통은 바짝 말라버린 오징어와 같은 몰골로 부유하는, 그러나 젖은 존재들 / 버둥대지 말라, 숙명이다 / 너와 나의 축축한 눈은.
위에서 언급한 세 종류의 환자는 심한 경우 앞니가 역류하는 위산에 의해 서서히 녹아서 짧은 치아가 돼 위 아랫니가 다물어지지 않고, 아래쪽 어금니는 역류한 위산에 의해 치아 외벽인 법랑질이 없어져 법랑질속의 상아질이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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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눈(2022) // 나의 눈은 늘 물속에 있다 / 물에 잠긴 눈, 흐릿하다 / 뿌연 것들을 보니 애처롭다 / 젖은 눈으로 보니 다 젖어 있더라 / 젖지 않은 자 아무도 없더라 / 마른 땅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 곳 어디에 마른 땅이 있으랴 / 오늘도 젖은 눈으로 흠뻑 젖은 것들을 본다 / 몸통은 바짝 말라버린 오징어와 같은 몰골로 부유하는, 그러나 젖은 존재들 / 버둥대지 말라, 숙명이다 / 너와 나의 축축한 눈은.
위 시는 어느 날 선물로 받은 한 축으로 꿰어진 오징어를 보다 느닷없이 오징어의 눈과 마주친 뒤 쓴 시다. 마른 몸에 젖은 듯한 눈이 우리네와 비슷하다고 느끼며 썼던 기억이 있다.
환자의 사연은 다양하다. 입을 벌린 환자를 치료하는 여건상 환자들과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음에도 몸과 그 기운으로 느껴지는 두려움과 아픔에 감정이입이 되곤 한다. 두려움에 빠진 그들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치료하는 과정 중의 내 손길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정교함을 유지하되 손의 힘을 빼는 것이다.
외모에서 오는 열등감을 잘못된 방법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환자가 있다. 입을 아주 작게 벌리며 이야기한다. 입속을 보자 습관성 구토의 흔적이 보인다. 참을 수 없는 식욕과 유지하고 싶은 몸매, 이 두 욕망을 충족시키는 잘못된 방법이 습관성 구토다. 구토 시 나오는 위산으로 인해 치아의 표면이 삭는 결과를 가져온다.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 질환은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 술을 못 이겨서 자주 구토를 하는 사람도 비슷한 치아마모를 경험한다. 위에서 언급한 세 종류의 환자는 심한 경우 앞니가 역류하는 위산에 의해 서서히 녹아서 짧은 치아가 돼 위 아랫니가 다물어지지 않고, 아래쪽 어금니는 역류한 위산에 의해 치아 외벽인 법랑질이 없어져 법랑질속의 상아질이 노출된다. 이때 치아가 시리거나 마모가 심해져 금이 가고 부러지기도 한다. 다행이 그 여성 환자는 더 이상 구토를 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의 힘을 빼고 나니 삶이 더 가벼워졌다 한다. 다 가지려 하지 않은 후에 더 얻게 됐다고 그녀가 이야기할 때 짠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50대 후반의 환자가 있다. 충치도 없고 잇몸질환도 없는데 이가 아프다. 엑스레이를 통해서도 육안으로도 원인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오징어처럼 질긴 음식도, 사탕도, 얼음도 깨물어 먹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크랙 신드롬( crack syndrom) 이라는 치아질환이다. 잘 보이지 않는 금이 간 것이다. 피로 골절이다. 살아온 세월 만큼 치아에도 삶의 흔적이 남는다. 아픈 일상이 쌓여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처럼 치아에 가해지는 수십 년의 압력에 치아는 낡아 금이 가는 것이다. 간헐적 통증 후에 갑자기 치아가 부러질 수 있는 질환이다. 이 악물고 살았던 누구나 올 수 있는 질환이다. 치아의 금(crack)은 이렇듯 지난했던 세월을 살아낸 우리 모두가 결국에는 얻게 될 각인과도 같다. 치아에 새겨진 각인으로 인한 고통을 마음과 몸의 힘을 빼고 사는 계기로 삼는 독자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이용화 이용화플란트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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