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아내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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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부부 동반 관광버스를 탔다.
착하기 그지없는 아내다.
시어머니 대소변 받아내며 병수발 7년에 시아버지 5년, 모두 십이 년을 고생했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아내의 뒷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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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부부 동반 관광버스를 탔다. 목적지는 용인 에버랜드, 꽃구경이다. 낮에는 덥고 인파가 몰리니 오후 네 시에 입장해서 야간 구경을 한다고 했다.
아내는 한걱정이다. 십여 년 전에 허리 수술을 하였는데 허리가 구부러졌다. 걷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어서 지팡이에 의존한다. 그래서 그날도 꽃구경을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몸도 불편하지만, 다른 친구들한테 폐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나 혼자 가면 자유롭고 편하지만 그래도 꼭 데리고 가고 싶었다.
착하기 그지없는 아내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 시어머니 대소변 받아내며 병수발 7년에 시아버지 5년, 모두 십이 년을 고생했다. 대소변 받아내면서도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수발을 들었다. 옛날 효부 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다.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자녀들 모두 결혼시켜 살림 내주고 나서 이젠 허리 펴고 살만하니까 허리가 구부러진다. 수술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지팡이에 의지하고 땅만 쳐다보고 걸어야 한다.
여럿이 함께 걷다 보니 어느 새 나 혼자 걷고 있다. 깜짝 놀라 뒤돌아본다. 아내는 가끔 허리를 들어 앞을 바라보다가 열심히 따라온다. 한참을 서서 기다린다. 미안하다. 손을 잡아 준다. 지팡이 대신 내가 이렇게 손을 잡고 여생을 함께 걸어야 한다. 손을 놓으면 아내는 다리 힘까지 빠져서 주저앉을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서 입구까지 멀다. 간신히 도착해서 휠체어를 대여받아 아내를 앉히고 밀었다. 평지에서는 힘든 줄 몰랐는데 언덕을 오를 때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아내가 자꾸 뒤돌아보더니 휠체어에서 내려달라고 조른다. 오르는 길은 오히려 쉽다면서 지팡이를 들고 앞장선다. 오르는 길이 쉽긴 뭐가 쉬울까. 내가 힘들까 봐 둘러대는 말이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아내의 뒷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짐한다. 내가 죽을 때까지 당신의 지팡이가 돼주겠노라고…. 박진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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