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짧은 여행자’라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전국 대표 맛 골목이라는 ‘이곳’

홍지연 매경닷컴 기자(hong.jiyeon@mkinternet.com) 2023. 10. 1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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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먹방 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 모든 자연에서 풍족한 먹거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어디 가서 무얼 먹어야 할지 팔도 특산물을 줄줄 꿰고 있는 고수 여행자도 있겠지만 먹을 것엔 별 관심 없는 ‘입 짧은’ 여행자도 있을 거다.

고수들은 알아서 잘 다닐 것이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입 짧은 여행자’도 도전할 수 있는 먹방 여행지 5곳을 다룬다.

한국관광공사가 10월 추천 여행지로 전국구 먹거리 골목 5선이라고 하니 믿고 떠날 수 있겠다.

짜장면의 원조, 인천 차이나타운 먹자골목
인천 차이나타운 패루 / 사진=한국관광공사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북성동원조자장면거리는 중식 먹자골목이다. 화려한 중국풍 건물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고 빨간 등이 하늘을 덮은 모습이 중국 전통 거리를 떠오르게 한다.

수도권전철 1호선 인천역 1번 출구에서 길을 건너면 ‘중화가(中華街)’라는 현판을 단 패루가 보인다.

패루는 예전에 중국에서 큰 거리에 길을 가로질러 세운 시설물 혹은 무덤이나 공원 어귀에 세운 문을 가리킨다. 중화가에서 3분쯤 걸어가면 짜장면박물관이 나온다.

짜장면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짜장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인천 선린동 공화춘(국가등록문화재) 건물에 자리한다.

짜장면박물관 / 사진=한국관광공사
공화춘은 무역상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곳인데, 중화요리가 인기를 끌며 음식점 공간이 넓어졌다. 여기에서 춘장(중국식 된장)을 볶아 국수에 얹은 짜장면을 처음 만들었다.

짜장면의 역사는 인천항이 개항한 18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항과 더불어 중국(청나라), 미국, 독일, 일본 사람이 들어왔다.

짜장면은 인천항 개항과 역사를 함께 한다. / 사진=한국관광공사
중국인이 사는 거리에 문을 연 공화춘이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고, 먹기 편한 짜장면은 중국인 노동자들의 배고픔을 달래줬다고 한다.

그 후 양파와 돼지고기 등을 넣어 우리 입맛에 맞게 바뀐 짜장면은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로 손꼽힌다.

푸짐한 국밥 한 그릇, 천안 병천순대거리
병천 순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조선 시대 말부터 유행한 국밥은 행상이나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었다. 특히 저렴하게 속을 든든히 채우는 순대국밥은 한국인의 솔 푸드(soul food)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순대국밥 식당이 즐비한 골목이 곳곳에 형성됐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을 꼽자면 천안 병천순대거리다.

병천(竝川)은 잣밭내와 치랏내라는 물길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뜻에서 아우내라 불리던 것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병천 순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1919년 삼일운동이 일어나자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나눠주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아우내장터가 바로 이곳에 있다. 장터 입구에 아우내독립만세운동기념공원이 자리한 까닭이다.

예부터 사통팔달 길목에 자리한 병천은 조선 후기 오일장을 개설해 물류의 집산지로 기능했다.

가까운 청주와 진천, 조치원, 예산 등에서 소를 몰고 오거나 특산물을 가져왔고, 인근 장터 가운데 가장 번성했다. 지금도 끝자리 1·6일에 오일장이 열린다(31일은 미개최).

순대 국밥 / 사진=한국관광공사
병천순대는 오일장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1960년대 병천 인근에 돈육 가공 공장이 들어섰고,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순대를 만든 것.

처음에는 장날에만 순대국밥을 팔았는데, 입소문이 나자 1968년 아예 자리를 잡고 간판을 걸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백년가게로 인증한 병천순대 원조, ‘청화집’이다.

이후 ‘충남집’ ‘돼지네’ 등이 잇따라 생겨났고, 현재 아우내순대길 일대에 순대국밥 전문점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부산 별미 다 모은 초량육미거리
부산역 광장에서 8차선 대로를 건너면 초량육미거리다. 육미(六味)는 돼지갈비와 돼지불백, 돼지국밥, 밀면, 어묵, 곰장어까지 여섯 가지 맛을 뜻한다.
부산 돼지국밥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곳 초량동이 맛의 본거지가 된 데는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전했다.

부산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특히 좋아한다. 문현동 돼지 곱창, 부평동 돼지 족발, 감자탕, 돼지껍질 등 ‘돼지고기 음식의 수도’라 할 만큼 다양한 음식이 떠오른다.

초량동 돼지갈비와 돼지불백을 빠뜨릴 수 없다. 초량전통시장과 접한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은 오래된 가게가 모인 곳이다. 육미의 첫 번째 맛, 돼지갈비다. 삼대는 기본, 빼닮은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한다.

초량천을 따라 오르면 육미의 두 번째 맛, 돼지불백을 만난다. 불고기와 공깃밥을 줄여 불백(불고기 백반)이라 했다. 빨간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고기를 불판에 굽고 상추에 무생채와 함께 싸 먹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부산고등학교 입구 노상 공영주차장 앞으로 돼지불백 가게가 나란히 성업 중인데, 앞다퉈 원조라 내세운다. 맛은 버텨온 세월이 입증하니 어디를 가도 기본 이상이다.

세 번째 역시 돼지다. 부산 사람들의 솔 푸드 돼지국밥은 육수에 돼지 내장과 부속물을 넣고 끓인다.

초량육미거리에는 돼지국밥 토렴할 때 뚝배기와 국자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진다. 돼지국밥으로 치자면 부산역 뒷골목도 놓치기 아깝다.

부산밀면 / 사진=한국관광공사
돼지고기로 배가 부르면 개운한 맛이 당긴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부산밀면은 한국전쟁 때 북에서 온 피란민이 구호품으로 받은 밀가루를 냉면처럼 만들며 시작됐다고 한다.

바다의 도시 부산, 육미의 다섯 번째 맛은 어묵이다. 길거리 음식으로 가볍게 여기기엔 어묵의 진화가 놀랍다.

부산역 광장 어묵베이커리가 대표적인 예다. 오픈 키친 같은 조리 공간이 있고, 카페에서 수제 어묵 70여 종 가운데 맘에 드는 것을 빵처럼 골라 먹는다.

육미의 대미는 포장마차 대표 메뉴 곰장어가 장식한다. 원래 이름은 먹장어인데, 경상도 사투리 꼼장어로 편히 부른다.

전국 먹장어는 거의 부산에서 나고 유통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껍질을 벗겨도 오랫동안 꿈틀대는 강한 생명력 때문에 보양식으로 찾는 이가 많다.

섬진강의 맛, 하동재첩특화마을
하동 재첩모둠정식 / 사진=한국관광공사
재첩은 남도 구경 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은 접해봤을 먹거리다. 지리산 주변 탕국으로 남원 추어탕, 하동 재첩국이 양대산맥을 이룬다.

재첩은 모래와 진흙이 많은 강바닥에서 서식하는 민물조개다. 강에서 난다고 강조개(하동 사투리로 갱조개), 까만 아기 조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막조개로도 불린다.

재첩은 낙동강 하구인 부산 하단과 김해, 양산, 섬진강 하구인 하동과 광양에서 주로 채취하는데, 섬진강 재첩이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하동재첩특화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낙동강은 1980년대 후반 하굿둑이 들어서며 자연환경이 바뀌고 오염이 거듭돼 재첩 채취량이 줄어든 반면, 일급수를 자랑하는 섬진강은 국내에서 재첩을 가장 많이 채취한다.

하동군은 섬진강 재첩을 하동 특산물이자 대표 먹거리로 내세우며,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맛있는 재첩 요리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2009년 12월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했다.

현재 하동재첩특화마을에는 재첩 전문 음식점이 4곳 입점해 있다. 하동재첩특화마을의 모든 식당에서 재첩국과 재첩회무침, 재첩부침개, 참게장으로 차린 모둠정식을 낸다(1만 8000원 선).

재첩국에 부추를 넉넉히 넣는 이유는 부추가 재첩국에 비타민 A를 보충하고, 특유의 향으로 재첩에 남은 비린내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재첩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좋아 일본식 된장(미소)국에 넣고 끓이기도 한다.

화려한 불맛, 강진 병영돼지불고기거리
돼지불고기 / 사진=한국관광공사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강진 병영 돼지불고기다. 병영성로 일대는 돼지불고기 특화음식거리다.

몇몇 식당이 방송을 타면서 이제는 ‘거리’에 걸맞은 풍경을 이룬다. 도로를 따라 맛집이 늘어서진 않았지만, 돼지불고기 식당이 압도적으로 많다.

병영 돼지불고기 상차림은 한정식에 가깝다. 돼지불고기 외에 홍어와 편육, 구운 생선, 젓갈 등이 한 상 가득하다.

돼지불고기는 양념한 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연탄불에 구워 불 향이 압권이다.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익게 하려면 화력과 석쇠의 높이, 고기의 밀집도 등 굽는 기술이 필요하다.

집마다 앞다릿살과 삼겹살 등 고기 배합이나 비율, 양념 등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정식처럼 푸짐한 상차림은 모두 같다.

병영5일시장에서 펼쳐지는 야외 돼지불고기 파티 / 사진=한국관광공사
10월 28일까지 금·토요일마다 ‘불금불파’가 이어진다.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의 줄임말로, 지난 5월부터 병영5일시장 일원에서 야외 돼지불고기 파티를 진행한다.

여름 휴식을 취하고 9월에 재개했다. 파티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에 시작한다. 병영5일시장 광장에 원형 테이블을 놓고, 마을 부녀회에서 직접 불고기를 구워 판매한다.

초벌구이 돼지고기에 연탄불 향을 입히고 채 썬 대파를 올린다. 상추와 밑반찬, 강진이 자랑하는 토하젓도 같이 낸다. 인근 식당보다 반찬 수는 적지만 1인당 9000원으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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