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 내리락' 두산 주가…두산家의 엇갈린 행보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 주가 상승하자 매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부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최근 ㈜두산 주식을 매입했다. 두산로보틱스 상장 이후 지주사 ㈜두산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자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부회장은 작년 두산 주가 하락 국면 당시 40억원 가량의 두산 주식을 매입한 바 있다.
반대로 ㈜두산 주식을 매각한 두산 창업주 일가도 있다. 박 회장의 여동생인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은 지난 9월 ㈜두산 주식 보통주(4만주)와 우선주(4만3191주)를 시장에 내놨다. 박 부회장은 이번 매도로 80억원 넘는 현금을 쥐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8만~9만원이면 바닥?…주식 산 두산家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5일 ㈜두산 보통주 3만1120주를 매입했다. 이 기간 박지원 부회장도 ㈜두산 보통주 1만5610주를 사들였다. 박 회장의 장녀 박상민씨는 바로 다음날인 지난 6일 ㈜두산 주식 1039주를 매입했다.
두산 그룹 오너가(家)가 이 기간 사들인 주식은 종가 기준 40억원 넘는다. 세부적으로는 박 회장은 29억원, 박 부회장 14억원, 박상민씨 9500만원어치다.
㈜두산은 최근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주가가 급격히 오르내렸다. 상장 추진 시기였던 지난달 15일 ㈜두산의 주가는 16만6600원까지 상승했지만 상장 이후, 다시 10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8만원대 후반까지 밀린 상태다. 통상 지주사의 주가는 계열사 상장 추진 시 주가가 상승하고 상장 이후에는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두산그룹 오너가가 주식 매입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13~21일 ㈜두산 보통주 6만3385주를 매입한 바 있다. 종가 기준 총 4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주가는 주당 7만5900~7만9500원(종가 기준)이었다.
이번 주식 매입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나뉜다. 이번 주식 매입이 대주주의 책임 경영 차원이라고 보는가 하면 또다른 일각에선 주가 하락 국면을 맞아 단순 저가 매입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장내 주식 매입은 통상 시장에서 두가지 신호로 본다"며 "첫번째는 책임 경영, 두번째는 주가가 바닥이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박 부회장이 작년에도 두산 주식이 하락 국면에 진입하자 매입에 나선 바 있다"면서 "당시 대주주 주식 매입이 주가가 바닥이라는 시그널로 인식되면서 주가가 단기적으로 뛰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혜원 부회장, 두산 주식 매각
반대로 같은 기간 ㈜두산 주식을 매각한 두산 오너 일가도 있다.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은 지난 9월 14~15일 ㈜두산 주식을 매각했다. 세부적으로는 보통주 1만7396주, 우선주 4만3191주다. 특히 박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우선주를 전량 매각했다.
박 부회장이 주식을 매도하던 시기는 두산로보틱스 상장 준비로 ㈜두산 주식이 크게 오르던 때다. 박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86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두산그룹의 특수 관계자이지만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주력 계열사에 근무는 하지 않아)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없다"며 "상장 추진 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 주식을 매도해 차익 실현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 일부가 주식 매각에 나서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니다. 지분율 강화가 주목적인 대주주 일가가 단순히 시세 차익만을 고려하고 주식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두산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미비했던 박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나서지 않겠다는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정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 일가들의 주식 매입은 계속되고 있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 씨는 지난해 10월 ㈜두산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14회에 걸쳐 두산 주식 11만2874주를 총 91억원에 사들였다. 지분율은 기존 0.12%에서 0.8%로 늘었다. 박 씨는 두산에너빌리티 2426주, 두산퓨얼셀 6만5229주를 보유하고 있다.
박 씨는 아직 두산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 씨가 100억원 가까이 들여 ㈜두산 주식에 사들인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 입문하기 전 (그룹 후계자가) 주식을 매입하는 사례는 자주 있는 일"이라며 "주식 매입은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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