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설문] 전문가 5명 중 1명 "PF 상황 저축은행 부실사태 수준"

김노향 기자 2023. 10. 1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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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위기, 미풍일까 태풍일까(3)] 정부, 건설 자금난 불 끄는 데 '40조' 지원

[편집자주]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정책이 올해 2년째를 맞았다. 주요 금융회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올라가고 2010년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비극이 재현될 것이란 불안이 커진다. 머니S는 금리 인상 2년과 정부의 9·26 부동산대책을 맞아 43인의 부동산·금융 업계 임직원과 연구원 등을 통해 현상황을 진단하고 내년 경제를 전망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9월 15~21일 온라인을 통해 설문 참여자를 모집했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과 건설업체 등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을 합하면 총 4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부동산·금융 업계 "금리·집값 안정 1년 이상 걸릴 것"
(2) 전문가 2명 중 1명 "집값 지금보다 더 내려야 한다"
(3) 전문가 5명 중 1명 "PF 상황 저축은행 부실사태 수준"

9·26 부동산대책에는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총 21조원의 금융지원 방안이 담겼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과 건설업체 등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을 합하면 총 4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낮춰 부동산 PF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정부 보증을 늘린다.

건설업체들은 PF 심사 과정에서 보다 쉽게 사업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 대출 보증 규모를 각각 15조원,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정부가 출자한다. PF 대출한도는 사업비의 50%에서 70%까지 확대된다. 주택공급에 필요한 자금의 물꼬를 터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PF 보증 심사기준에서 신용등급과 시공능력평가(도급) 순위를 폐지해 자금지원 대상도 넓힌다.
그래픽=이강준 디자인 기자


PF 부실, 저축은행 사태 수준


정부 조사 결과 올 6월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17%를 기록했다. 이는 올 3월 말(2.01%)보다 0.16%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은행권의 연체율은 3월 0%에서 6월 0.2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증권은 연체율이 15.88%에서 17.28%로 1.40%포인트 급상승했다.

주요 건설·신탁사의 정비사업 담당자와 은행·증권 PF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체로 많은 이들이 현재의 자금 경색 상황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응답보다 2010년대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유사한 수준의 리스크가 있다는 응답이 두 배가량 많았다.

총 43명의 전문가 가운데 가장 많은 23명(34.3%)이 '금융·건설 부문에 정부 지원 필요하다'(복수 응답)고 응답했다. 이어 ▲'부실업체 퇴출과 자금능력 심사 강화 필요'(32.8%) ▲'제2 저축은행 사태와 유사한 리스크 예상'(19.4%) ▲'리스크 대응 능력이 개선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님'(10.4%) ▲기타(1.5%)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에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있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업성 악화나 일시적인 금융 막힘 현상으로 착공과 인·허가가 대기 중인 40만가구 물량을 풀어 이후 시장 동력에 의해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급대책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자가 시장에 뛰어들도록 세금이나 금융 혜택을 풀어주는 목적이 아니다. 수요 진작 정책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외 경기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 투자 규제를 완화할 경우 부실이 우려되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조됐다. 설문에 응답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보증이 전세보증 부실사태나 전세사기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보증기관이 사고를 100% 보상할 경우 금융회사가 대출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비슷한 유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 재구조화 원칙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곳에 지원하는 것"이라며 "부실 사업장에 지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강준 디자인 기자


전문가들 "내년 분양가 상승 지속될 것"


올 초 정부가 발표한 대출·세금 규제 완화가 부동산 거래와 가격 안정에 긍정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역별·상품별 양극화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정부의 아파트 대출·세금 규제 완화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복수 응답)라는 질문에 설문 참여자들은 ▲'부동산 연착륙에 영향'(31.3%) ▲'수도권 등 핵심 입지와 비핵심 입지 양극화'(28.1%) ▲'아파트 거래·가격 안정'(21.9%)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 등과 투자 양극화'(12.5%) ▲'기타'(영향 없음) 등의 의견을 냈다.

내년 아파트 분양가를 전망하는 질문에선 가장 많은 24명(55.8%)이 '상승'을 예상했다. 이어 ▲보합(27.9%) ▲하락(7.0%) ▲기타(7.0%) 의견이 있었다.

명재영 하나증권 부동산금융본부장(상무)은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핵심 지역 일부만 상승하면서 내년에도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재훈 KB부동산신탁 신탁전략본부장은 "수도권 등 핵심 입지와 비핵심 입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상품별 차별화도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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