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비인(非人)에 대한 ‘무시’라는 처방
(부산ㆍ경남=뉴스1) 이수정(국립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 50년 가까이 철학을 공부하면서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동서고금 수많은 철학‘들’의 가장 강력한 지향 중 하나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자의 인간론은 특히 빛난다. 물론 2500년 간 철저하게 왜곡된 ‘성현 공자’가 아니라 <논어>의 주인공인 ‘선생 공자’다. 그는 인간의 이모저모를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꿰뚫어보며 촌철살인의 언어로 인간론을 펼친다. 때로는 “끝났구나” “어휴” 등 탄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통곡을 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의 소이(所以), 소유(所由), 소안(所安)-행위의 수단, 연유, 만족-을 살펴보면 그 사람을 숨길 수 없다’는 기막힌 인간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반짝이는 말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 공자를 참고하여 우리는 ‘인간’을 철학적인 눈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 여기, 21세기 한국의 인간이다. 그러면 한 가지 기괴한 현상이 눈에 들어온다. 공맹 식으로 말하자면 ‘인간 아닌 인간’(非人)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아니 그런 ‘비인’이 세상의 전면에서 설쳐대며 행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개 높은 지위와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들이다. 덧붙여 그들은 명성까지도 얻고 있다. 칭송의 의미가 아니라 그저 ‘유명’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절대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이른바 매체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요즘은 인터넷이다. 특히 유튜브 페이스북 엑스(트위터) 등 각종 SNS다.
그들이 그 온갖 매체의 활자나 전파를 타고서 ‘시대의 인간형’을 만들고 있다. 그 위세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래서다. 우리는 그 매체의 활자와 전파에 대해서, 특히 그들을 비춰주는 카메라의 렌즈에 대해서 공자 식의 한 마디를 던지고자 한다. ‘그 렌즈의 방향이 곧 인간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준다’라고. 그런 걸 매일매일 보면서 우리도 시나브로 그런 인간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무대 위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조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언어들이 (영상언어를 포함해서) 우리의 사회적 대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대기를 호흡하며 우리의 사회적 삶을 살기 때문이다.
작금의 활자와 전파는 (특히 렌즈는) 대오각성 개과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자는 이 시대의 권력자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세계를 포함해 이른바 ‘비인’들에게서 카메라를 돌리면 된다. 무시하는 것이다. 무대에 올리지 않고 조명을 끄는 것이다. 정반대의 경우긴 하지만, 선례가 있다. 이른바 인문학에 대해 지금껏 해온 것처럼 그렇게 하면 된다. 문학-철학-역사 같은 것이 그렇게 철저하게 무시되어 왔다. 그 결과가 어떠한가. 보다시피 이렇게 무대에서 쫓겨나 노숙자 신세가 되었고 거의 빈사상태를 헤매고 있다. 저 ‘비인’들도 그렇게 무시해버리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카메라에, 렌즈에, 화면에 노출시키지 않으면 아마 그들의 강력한 무기인 ‘돈’도 차츰 떠나갈 것이다. 최소한 지금처럼 뻔뻔하게 악이 행세하기는 힘들어질 것이고 그 세력도 조금은 약화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황당한 줄이야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저 공자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안 될 줄 알면서도 하는 자’(知其不可而爲之者)라고 평했었다. 그런 게 (즉 선을 향한 강력한 지향이) 곧 철학인 것이다. ‘진짜 철학’ ‘제대로 된 철학’이다. 그런 게 의외로 힘이 있다. 보라. 2500년이 지나도 아직 이렇게 그의 추종자가 있지 않은가.
카메라여, 렌즈여, 화면이여, 부디 저 설쳐대는 비인들을 무대에 올리지 말아 달라. 그들에게 조명을 비추지 말아 달라. 그것이 저들을 키우는 비료임을 부디 자각해 달라. 뉴스에서 더 이상 그런 자들의 몰골을 보고 싶지 않다.
victiger3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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