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야심작 그린수소 기지 "車 200대분 하루만에 생산"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10.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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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도시 셰필드 그린허브로
'ITM파워 기가팩토리' 가보니
영국 민간 수소 생산 프로젝트의 첨병인 셰필드 ITM파워 기가팩토리 내부. 아직 초기 단계인 '그린수소 산업의 열쇠'로 불리는 전해조 생산공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ITM파워

20세기 유럽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영국 북부 도시 셰필드에 새로운 활력이 돌고 있다. '그린수소 시대'를 향한 열쇠로 불리는 전해조를 생산하는 공장 중 세계 최대(연간 1GW 규모)인 ITM파워 기가팩토리는 전통 공업 도시 셰필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이 기가팩토리를 찾았다. 방진화를 신은 채 공장 깊숙이 들어가자 ITM파워의 대표 전해조 '트라이던트(Trident)'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년간 ITM파워가 매진해온 수전해 기술 연구의 집합체인데, 셀 패널이 샌드위치처럼 겹겹이 쌓인 모양을 하고 있다. 물속 산소 분자와 수소 분자를 분해해주는 이 장비에 전류를 흘려 하루 종일 가동하면 수소가 1t가량 나온다. 수소차 2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넷제로 시대를 위한 필수 전력원으로 각광받지만 생산단가가 비싼 것이 단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그린수소의 발전단가는 수소 1㎏당 3~7.2달러로 그레이수소(탄소 배출을 동반해 생산되는 수소)의 약 3배 수준이다.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곧 미래의 수소 생산 패권국이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ITM파워 기가팩토리의 최대 화두 역시 그린수소의 최대 난제인 '경제성'이다. 20여 년간의 기연구를 통해 ITM파워는 세계 최고 수준인 3.3A/㎠의 전류밀도(currency density)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2030년 유럽연합(EU)의 목표치인 2.5A/㎠를 상회하는 수치다.

전류밀도란 수전해 설비 단위면적당 흐르는 전류를 뜻한다. 전류밀도가 높아지면 단위면적당 수소가 생산되는 속도가 함께 빨라지는 원리다. 생산단가는 그만큼 떨어진다.

셀에 코팅되는 백금 등 귀금속 코팅 물질의 사용을 줄이는 것도 핵심이다. ITM파워는 귀금속 수치를 0.4㎎/W로 줄였는데, 이는 2030년 EU 목표치를 선제적으로 달성한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ITM파워 관계자는 "'생산하라, 운반하라, 사용하라(make it, move it, use it)'는 수소 경제의 핵심"이라며 "그중 그린수소의 '경제적 생산'이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의 최대 강점은 잉여 전력의 저장 기능이다.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발생의 기복이 크다. 전력 수요를 초과하는 잉여 전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잉여 전력을 폐기하지 않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저장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수소가 유일하다. 유휴 전력을 비축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저장할 수 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가 잇달아 겪었던 에너지 위기 같은 사태의 충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일찍이 2021년 그린수소 생산을 민간 단위 사업이 아닌 국가전략으로 설정하고, 국가펀드를 활용해 민간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영국 정부는 민간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2022년 4월 2억4000만파운드(약 4000억원) 규모의 넷제로수소펀드(NZHF)를 출범시켜 민간 전해조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 그린수소를 10GW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런던 내 모든 전기 시설을 1년 내내 돌리고도 충분한 양이다.

[셰필드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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