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외교 실패·유가 급등·지지율 바닥… ‘재선 도전’ 바이든, 카터 전철 밟나

박영준 2023. 10.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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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임기 중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7월 "정책과 정치 분야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사이의 유사점은 놀라울 정도"라고 전·현직 대통령의 공통점을 조목조목 짚은 지 3개월 만에 이·하마스 충돌을 계기로 두 사람이 또다시 비교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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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재선 실패 상황과 유사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힌 미국인
억류사태 장기화 땐 타격 불가피
유가 급등… 에너지 위기 가능성
또 한 번의 석유파동 일어날 수도
역대급 소비자물가상승률 악재
30%대의 낮은 지지율도 ‘닮은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임기 중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번 이·하마스 충돌이 바이든을 ‘카터의 길’로 내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동 외교 실패와 에너지 위기 가능성, 역대급 인플레이션, 바닥을 치는 지지율까지 40여년 전 재선에 실패한 같은 당 출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것이다.

미 보수성향 잡지인 내셔널리뷰는 9일(현지시간) “불운한 지미 카터의 재현이라는 오늘날의 조 바이든을 마주하게 됐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7월 “정책과 정치 분야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사이의 유사점은 놀라울 정도”라고 전·현직 대통령의 공통점을 조목조목 짚은 지 3개월 만에 이·하마스 충돌을 계기로 두 사람이 또다시 비교 대상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있는 미국인을 구출해야 하는 잠재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인 생명이 직결된 만큼 인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카터 전 대통령의 재선 실패 결정타가 된 주(駐)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979년 11월4일 이란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이란 미 대사관을 점거, 1981년 1월20일까지 무려 444일 동안 외교관을 포함한 미국인 52명을 인질로 억류했다.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된 미군 장병 8명이 숨지며 카터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카터 전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1978년 2차 석유파동이 시작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8%까지 치솟으며 지지율이 폭락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과 겹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회복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 9.1%를 기록하며 카터 행정부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이·하마스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달리고 있는 만큼 또 한 번의 석유파동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까지 떠안으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여론도 차갑게 식을 전망이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당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기록된 카터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지율이 역대급(30%대)으로 낮다.

로이터는 민주당 내부에서 현재 이스라엘에 매년 지원되는 수십억 달러의 군사 패키지가 타당한지에 대한 조사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 것이 하마스 공격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실패 책임론이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끔찍한 공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틀에 걸쳐 자발적으로 특검의 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민주당 정치 명문 케네디가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이날 내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것도 바이든 대통령 표를 앗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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