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인터뷰] '달' 이시이 유야 감독, "중증 지체장애인 시설 다루기 위해 잡입 취재까지 했다"
영화 '달' 이시이 유야 감독 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일본의 이시이 유야는 묵직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감독이다. 영화 '행복한 사전'(2014), '이별까지 7일'(2015),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9),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2021) 등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감독이기도 하다.
이시이 유야 감독이 연출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지석 부문 초청된 영화 '달'은 소설가 헨미 요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동일본대지진 소설을 썼던 요코는 지금은 소설을 쓰지 못하고, 요양원에 취직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는 노인과 장애인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던, 하지만 알아야만 하는 진실에 대해서 신중하게 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달'을 통해 물음을 던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얼마나 '진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가. 기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깊은 고민에 빠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Q.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심지어 2014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 심사위원으로도 초청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달'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첫 해외 영화제다. 일본 밖으로 나온 게 너무 즐거운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익숙해서 기대도 많고 흥분한 상태다.
Q. 영화 '달'은 실제 장애인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헨미 요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어떻게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나.
원래 헨미 요 작가의 팬이다. 일본 소설 출판에 해설이 있는데, 그것을 내가 썼다. 그것을 계기로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중증 지적장애인의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이 소설 원작으로 스토리가 전혀 없다. 영화화하면서 새로운 등장인물을 만들어서 재구축하는 과정을 가졌다.
Q. 영화는 중증 요양원 환자들의 현실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소재 자체도 무겁고 민감하지 않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려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중증 지체장애인 시설은 견학 자체가 어려웠던 것 같다.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잠입 취재도 했었다. 대부분 일본 사람들은 이런 시설들에 대해 모른다. 내가 보고 들은 것, 겪은 것만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로 결심했다.
Q. 미야자와 리에 배우의 얼굴만으로도 압도되는 부분이 있다. 극 중에서 미야자와 리에가 맡은 요코는 감정선 자체가 깊은 바닷속으로 파묻히지 않나.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항상 불안정하고 흔들린 정신 상태를 유지해달라고 했다. 현장에서 방심하는 부분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미야자와 리에는 원래부터 슈퍼스타였다. 그런 사람이 사회의 어둠을 다루는 영화에 나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큰 것 같다. 그런 배우가 사회의 어둠을 다루는 영화에 나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지 않나. 미야자와 리에는 도전적이고 용감한 사람이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영화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Q.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과 '행복한 사전'을 함께 했던 오다기리 조와 재회와 새로운 얼굴 선을 넘어 불안정 니카이도 후미와 이소무라 하야토도 눈길을 끈다.
공통적으로 세 배우 모두 유명하고 지위가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달'을 선택한다는 것은 상당히 리스크가 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우들이 그런 리스크를 생각하지는 않고 같이 해줬다. 이소무라 하야토 배우의 경우, 촬영 두 달 전에 프로듀서가 추천을 해줬다. 누구한테 맡길지 중요했었는데 너무 좋았다.
Q. 요코와 그녀의 남편(오다기리 조)의 관계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3살 된 아들 쇼이치를 병으로 잃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부부는 그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기를 바라지 않는 느낌이다. 초반부에서 부부는 식탁에서 마주보기 대신 나란히 앉기를 선택한다.
'달'의 원작 소설을 보면,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는 부분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나 본질은 서로 바라볼 수 없는 밖에 없는 것이지 않나. 극 중에서 대면하는 것들이 위험하다고 표현된다. 부부가 마주 보지 않고 나란히 앉는 것은 그런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바다.
Q. 40살이 넘어서 요코는 다시 임신하게 된다. 하지만 이전처럼 아이를 잃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아이를 낳을 것인지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쇼이치의 무덤 앞에서 요코가 진심을 털어놓고, 요코의 남편도 "드디어 말했다"라며 소리를 지른다. 공간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일본에서도 아무도 안 물어본 질문이다. 아마 자기 자식의 죽음이란 요코에게 의도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던 것을 의미한다. 쇼이치의 무덤에 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원점이었던 장소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장소에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면서 원점을 마주하고 직면하는 것이 중요했다.
Q. 극 중에서 사토가 그린 그림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정원에 묻혀있는 황금을 걷어내니 아래에는 냄새나는 썩은 오물이 있었다는 말이다. 마치 그 이야기처럼, '달'의 모든 인물의 속이 곯아있는 느낌이다.
구연 동화 자체가 사토의 광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고름처럼 곯아있다는 것도 정답이다.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는 옛날이야기다. 두 할아버지가 있다. 나쁜 할아버지가 하얀색 강아지한테 금괴를 찾으라고 명령했더니 더러운 게 나오고, 반대로 착한 할아버지가 땅을 팠더니 금괴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일본에서도 어릴 때부터 더러운 것은 나쁜 것이라는 것을 학습하고 주입시키는 부분들이 있다.
Q. 제목인 달은 양면성이 있지 않나. 달은 낮과 밤 두 시간대에 존재하고, 밤에는 가장 환하고 또렷하지만, 낮에는 쉽게 볼 수도 없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말하는 '진실'이 덮이고 드러나는 지점과 닮아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이 감춰지고 드러나는 의미도 있고, 원작자는 광기라고 했다. 달(月)이 실제로 초승달을 따온 상형 문자다. 일본에서는 달이 몸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요코가 침대에 누워있는 부분도 그래서 많이 등장한다.
Q. 초중기작인 '행복한 사전'과 '이별까지 7일',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짙은 블루'에서는 느리지만 회복이 가능하고 종국에는 위로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달'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쫓아온다고 느껴지는 하늘에 뜬 달처럼 벗어날 수 없는 기분이다.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영화가 이례적일 수도 있다. 10대 헨미 요의 팬이었다. 사실은 이런 이야기가 무섭고 싫었지만, 헨미 요의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덥석 물었다. 인생과 작품과는 다른 작품이 나왔다는 예감이 든 것 같다.
Q. '달'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사건의 문제 자체를 남의 일로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 가장 컸다. 범인인 사토가 하는 이야기나 사상이 사회에서는 가깝게 느낄 수 있고 존재할 수 있다. 내 안에도 그런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 모두가 생각하고 계속해서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주제 자체는 무겁지만, 여력이 있다면 영화를 마주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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