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한 베팅한 개미들, 이·팔 전쟁·유가 상승에 공포↑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국내 증시가 지난 한달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 지속으로 조정을 받았다. 긴 연휴가 끝난 뒤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듯 중동 전쟁이 발발해 또다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상승 전환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SE)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3.59달러(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4% 이장 올라 배럴당 88.1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인 WTI는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지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생한 지난 2022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가 올해 80달러선으로 내려왔으나,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 연장으로 한때 90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이후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이란의 원유 수출 확대에 10달러 이상 하락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특히 이번 국제유가 상승은 하마스 공격 배후가 이란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승세로 직결됐다.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과 중동으로의 확전으로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증시 위축과도 연결된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고 발언해 국내 증시가 영향을 받은 바 있듯이, 이번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또 긴축 기조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유가 변수를 자극하는 이슈로 작용했다며 "자칫하면 다시금 유가 상승, 물가 불안, 긴축 우려, 채권금리 상승 압력 확대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재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유가가 근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통화정책 기대를 자극하기 어렵다고 보지만, 전쟁 확산 시 당장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연휴 사이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코스피, 코스닥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 일일 상승률의 2배를 수익으로 얻는 ETF인데, 지수가 하락하게 될 시엔 손실도 2배가 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연준의 긴축 유지 발언에 증시가 하락 국면에 진입한 이후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믿음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을 밀어 넣었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6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KODEX 레버리지 상품을 6855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619억원, 기관 투자자 1조2943억을 순매도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또한 동기간 개인은 1997억원을 담았고 기관은 3987억원, 외국인은 104억원을 덜어냈다.
연휴가 끝나고 전날 증시는 오름세로 장을 열었으나 오후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코스피, 코스닥 레버리지ETF도 내림폭을 키웠다. KODEX 레버리지ETF는 장 초반 3%대 중반까지 올랐으나 결국 90원(0.6%)만이 상승한 1만4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KODEX코스닥150 레버리지ETF는 하루 동안 7%대의 변동폭을 보여 전 거래일 대비 545원(5.44%) 밀린 9475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수급 여건이 어렵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해 저평가 영역은 맞지만, 매수 타이밍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중 금리 하락 전환의 변곡점이라는 전망은 유지하고 있으나, 서두른 매수는 추천하지 않는다"며 "아직은 숏 포지션과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치우침이 강하므로 조금씩 그 믿음이 진정되는 시기에 매수를 노려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남아란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과거 주요 중동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분쟁 발생 후 즉각적으로 증시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진 않았지만, 확전·분쟁 장기화 시 경제·정치 등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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