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개최… '19금' 마이클 잭슨 첫 내한공연[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I Love You. 사랑해요. 사랑해요!"
1996년 10월 11일. 전설적인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83회에 걸쳐 개최된 '히스토리 월드 투어'의 일환이었다. 한국에서는 10월 11일, 13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총 2회 공연했다.
마이클 잭슨은 첫 등장부터 4만여 관객을 뜨겁게 달궜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축포와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영상이 끝나자 무대 위 놓인 우주선 속에서 은빛 우주복을 입은 마이클 잭슨이 헬멧을 벗으며 등장했다. 그가 서울에서 부른 첫 곡은 '스크림'(Scream)이었다.
이날 공연은 당초 오후 7시30분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무대 특수 장치 등 장비를 실은 전용 수송기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1시간10분 늦은 저녁 8시40분에야 시작됐다. 공연 지연에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이클 잭슨은 130분 공연 시간 동안 화려한 비디오 아트와 조명, 의상 등이 음악과 완벽히 어우러진 종합예술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어스 송'(Earth Song) 무대에는 실제 크기의 탱크 모형이 무대에 등장했으며, 탱크에서 내린 군인에게 한 소녀가 꽃을 건네는 장면으로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마이클 잭슨은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순간 이동' 무대 연출로 관객을 홀렸다.
'스릴러'(Thriller)를 부르던 마이클 잭슨은 노래를 부르다 관 속에 갇혔고, 그 관은 수십 개의 창에 찔린 채 화염에 휩싸였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마이클 잭슨이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에게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잭슨은 놀라운 무대 연출뿐만 아니라 '빌리진'(Billie Jean) '데인저러스'(Dangerous) '빗 잇'(Beat It) '유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등 줄줄이 이어진 25곡의 히트곡들로 한국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첫 시도는 1989년이었다. 당시 마이클 잭슨은 내한 공연을 하기로 계약하고, 홍보를 위해 한복 사진까지 찍었지만, 공연료 문제로 결국 무산됐다.
1993년에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 단체가 격렬히 반대했고, 결국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3년 후인 1996년 9월 마이클 잭슨은 체코 프라하를 시작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러시아 모스크바, 폴란드 바르샤바 등을 거친 뒤 아시아에 들러 공연하는 '히스토리 월드 투어' 공연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 공연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이때도 반대가 극심했다. 주관사인 태원예능(현 태원엔터테인먼트)는 220만달러(약 18억원)의 선수금을 주고 마이클 잭슨과 공연 계약을 마쳤지만 일부 시민단체, 종교단체의 반대로 공연 무산 위기에 놓였다.
당시 기독교청년연합회 등 44개 단체는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반대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아동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가수를 수십억 원의 외화를 낭비하면서 초청 공연을 갖는 것은 국민 정서를 해치는 행위"라고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을 격렬히 반대했다.
이들은 주최 측에 항의 전화를 하는가 하면 후원사에 협찬 취소를 요구했고, 당시 예매처였던 은행에는 예금을 빼내 가겠다는 압력을 넣어 예매 대행 업무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결국 마이클 잭슨은 음란한 몸짓을 자제한다는 조건, 청소년 관람 금지를 조건으로 무사히 두 차례 공연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주관사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티켓 판매 부진으로 적자를 봐야 했다.
이후 마이클 잭슨은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고, 1999년 6월 25일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공연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기도 했다. 이 공연은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6.25 개전일에 열렸으며, 두 번째 내한이자 마지막 내한 공연이 됐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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