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나자 돈은 다시 美로…채권금리 급락, 증시 3일 연속상승 [뉴욕마감]
뉴욕증시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일 콜럼버스데이에 휴장했던 채권시장이 개장 이후 사자세가 몰리며 수익률 급락(가격상승)으로 이어진 것이 증시를 활기차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동 화약고에선 전쟁으로 인한 위기가 급증하고 있지만 증시는 그 때문에 금리인상이 이대로 멈출 것이라는 단꿈에 빠져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DJIA) 지수는 전일보다 134.65포인트(0.4%) 오른 33,739.3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22.58포인트(0.52%) 상승한 4,358.24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78.61포인트(0.58%) 올라 지수는 13,562.84에 마감했다.
전쟁으로 전세계에 위기감이 감돌면서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을 찾아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2bp 이상 하락한 4.655%를 기록하고 있다. 전일 급등했던 유가는 다소 가라앉으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물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0.7% 가량 하락한 배럴당 85달러대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비슷한 하락폭을 보이면서 배럴당 87달러대로 떨어졌다.
금리하락(가격상승)의 근본적인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먼저는 전쟁으로 인한 위기심리와 안전자산 회귀 움직임이다. 당초 미국 정부가 국채발행을 크게 늘리고, 중국과 일본이 미 국채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금리는 상승세를 탔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1월 추가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금리는 천정을 뚫을 기세로 급등했다. 채권왕 건들락이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등이 10년물 기준 5% 이상의 금리를 우려하면서 군중심리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중동 화약고의 폭발은 결국 기댈 곳은 미국 밖에 없다는 심리를 끌어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머지 서방자유세계의 국가들도 인플레이션과 러시아 위협으로 인해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궤를 같이 하는 가운데 이란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팔레스타인을 두둔하는 상황이라 자유민주세계가 뭉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픽텟(Pictet) 글로벌 채권 책임자 안드레스 산체스 발카자르는"중동에서 분쟁이 전개되면서 안전자산을 향한 도피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외생적 충격이 미국 국채의 반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두번째는 전쟁이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막을 거라는 기대감이다. 연준은 최근 금리가 더 오랫동안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될 거이라는 메시지를 밝히면서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에 사정이 달라졌다. 전쟁은 기존 예측의 전제들을 뒤집을 만한 큰 변수다. 전세계 에너지원의 과반을 대고 있는 오펙(OPEC)과 러시아가 전쟁 중에 놓이면서 일각에서는 근 반세기 만에 오일쇼크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 미국이라고 계속 긴축을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
연준 관계자들도 이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댈러스 연준 총재이자 주목할만한 매파인 로리 로건은 10월 장기물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채권 펀드 매니저인 마이크 리델도 "7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의 성장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약화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금리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기습 테러를 '순전히 완전한 악(evil)'이라고 규정하면서 '최악의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두번째 대국민 연설을 통해 추가 군사지원과 정보 제공을 약속했다. 그는 "희생자 가운데선 어린 아이와 여성들이 있었다"며 "여인들은 성폭행을 당했으며 (하마스의) 전리품으로 과시됐다"며 하마스가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협박한데 대해 "피에 굶주린 잔인함은 옛 ISIS의 만행을 떠올리게 하는 테러리즘"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인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전용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지원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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