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V 금메달 김관우 "비인기 종목 생계 유지 어려워…체계적 지원 필요"
"실업팀 창단·기업 후원이 마중물 될 것"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한국 e스포츠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수확한 리자드(김관우·44)는 첫 게임 대회를 중학교 재학 시절 출전했다. 약 30년 전 김관우는 게임 잡지에 올라온 날짜와 장소 공고를 보고 주변을 물어가며 대회장에 찾아갔다.
첫 출전한 대회에서 모두 패배했다. 게임 공략법을 잡지로 접하고, 격투 게임 커맨드(필살기를 위한 조작법)를 오락실 동네 형 어깨 너머로 확인해야 하던 시절이었다. 조작법을 보여주지 않으려 손으로 조이스틱을 가리는 동네 형·동생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실력을 키웠다.
이달 6일 서울시 마포구 인근에서 만난 성남 스피릿제로 소속 김관우는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하며 당시와는 다른 '체계적인 훈련'이 금메달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한 강성훈 감독 또한 이번에 갖춰진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김관우는 "(스트리트 파이터 V 프로게이머인) 제 경우에는 선수 생활에만 집중해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e스포츠 격투게임 종목 자체가 지원을 받는 선수들이 굉장히 드물고, 지원받는 스케일도 다른 종목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우는 더 킹오브 파이터즈 96 출시와 함께 데뷔했다. 이후 소울 칼리버에 손을 대다 군대에 다녀왔고, 스트리트 파이터 4 시리즈로 다시 격투 게임계에 복귀했다.
입상도 하고 종종 우승도 차지했지만 생계를 유지하긴 쉽지 않았다. 김관우는 생업을 위해 게임사에서 기획 담당 개발자로 약 10년을 근무했다.
김관우는 "직장을 다니면서 대회에 간간이 참여했다. 당시에도 온라인 랭크 1위를 종종 찍곤 했다"며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대회에 집중했다. 전 회사의 팀장님이나 동료들이 금메달 축하한다고 연락이 오더라"고 말했다.
그간 선수가 주먹구구식으로 실력을 키워왔다면, 이번엔 강성훈 감독과 협회의 체계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강성훈 감독은 성남시가 후원하는 e스포츠 구단 '스피릿제로'에서 10년 이상 격투게임 대회를 주최해왔다.
스피릿제로는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가장 유명한 글로벌 대회인 캡콤 프로 투어의 아시아 시드권을 갖고 있는 '캡콤 프로 투어 아시아 랭킹 대회', 초보자 대회인 '투견', 온라인 토너먼트인 '더 온라인 워리어' 등을 개최하고 있다.
강성훈 감독은 "토너먼트를 개최할 장소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대회 룰, 방송, 중계나 참가자 대기 장소도 모두 직접 마련해야 헀다"며 "매년 대회를 개최하며 쌓인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이번 대회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준비하며 강성훈 감독은 '예언서'를 만들었다. 김관우 선수의 예상 대진표를 짰고, 실제 대회 진전 과정과 100% 일치했다.
김관우가 만날 선수의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을 데이터화했다. 기본적이지만 캐릭터 이해에 필수인 팁들은 스피릿제로 주관 대회에서 출전했던 다른 선수들로부터 구했다.
김관우를 상대로 나올 캐릭터와 그 대처법을 모두 익혔다. 자기 전에도 꺼내보며 달달 외웠다. 전력분석관과 스파링 파트너들의 조언이 더해져 김관우는 한 번의 패배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 감독은 "이런 식으로 상대 데이터를 만들고, 훈련 스케줄을 관리해 격투게임 대회에, e스포츠 대회에 나간 전례가 없다"며 "선수들을 비롯해 코치진에게도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이번 금메달로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가대표 e스포츠팀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네 종목 모두 메달을 수확했다는 데 의의를 두기도 했다. '맨파워'가 확실한만큼 안정적인 선수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실업팀 창단이나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실력이 뒷받침된 선수들이 생계 곤란으로 중도 탈락하지 않을 발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관우는 "선수 생활을 할 때 충분히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지원도 중요하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며 "사후에 선수를 그만두고도 감독이나 코치, 대회 주최자(오거나이저) 같은 발판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훈 감독도 "e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지역자치단체도, 관련 사업들을 하는 곳도 많다고 알고 있다"며 "비인기 종목일지라도 그 안의 선수들이 생계 유지를 할 수 있고 꾸준히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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