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진입 임박…헤즈볼라·이란 개입하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할 가능성이 커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마스에 우호적인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란 등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에 따라 복잡한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 지구에 진입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엄청난 인명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에도 “테러 색출”을 명목으로 여러 차례 재진입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14년엔 50일에 걸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2천명 이상이 숨졌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 공격은 헤즈볼라의 무력 개입을 불러올 우려도 있다. 헤즈볼라가 개입하면 이번 무력충돌은 본격적인 중동전으로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남부에 강력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인 전례가 있다. 당시 교전으로 레바논에선 1110명이 숨지고 이스라엘에서 200명이 희생됐다.
헤즈볼라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을 향해 로켓과 박격포를 발사하며 하마스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이스라엘군도 반격에 나섰으나, 서로 자제해 확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격이 본격화하고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헤즈볼라가 어떤 태도를 취할진 속단하기 어렵다. 이슬람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서로 경쟁적인 종파에 속해 있지만, 이스라엘을 상대할 땐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두 집단의 교류는 더욱 긴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만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유도 로켓 등 정밀 타격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등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나스랄라는 몇 해 전 전쟁이 나면 “예비병력 10만명을 동원할 수 있다”고 호언한 바 있다. 헤즈볼라가 개전을 강행하면, 이스라엘은 남쪽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북쪽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상대로 양쪽에서 맞서 싸워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엔 “헤즈볼라가 애초 이스라엘을 공격할 계획이었다면 하마스와 동시에 기습 공격하는 게 더 효과가 컸을 것”이라며 헤즈볼라의 뒤늦은 무력개입에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우선 상황 전개를 지켜본 뒤 나중에 적절한 개입 시기를 저울질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헤즈볼라 등 주변 이슬람세력의 개입을 막기 위해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지중해에 급파하는 등 견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헤즈볼라가 잘못된 결정을 내려 이번 충돌의 두번째 전선을 열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헤즈볼라를 향해 “행동에 옮기기 전에 두 번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도 확전 등 무력충돌 양상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헤즈볼라의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후견 국가이며,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도 해마다 1억달러(1350억원) 남짓 지원한다.
하마스와 이란의 관계가 항상 끈끈한 것만은 아니다. 하마스는 수니파이며 이란은 시아파로, 이슬람교의 종파간 대결구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에 속하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수니-시아파의 대리전쟁 성격을 띤 시리아 내전에서 살아남아 최근 중동 국가들과 관계정상화에 나서면서, 둘 사이의 묘한 긴장은 옛말이 됐다. 특히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전략에서 하마스를 핵심적 조력자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이란이 하마스와 지난 8월부터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다”며 “이를 논의하는 회의에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하마스, 헤즈볼라 등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유엔 대표부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방어권”을 지지하지만 “우리는 이번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이란의 군사적 지원 등 개입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하버드대 벨퍼 센터 중동 이니셔티브의 무함마드 알리야 선임 연구원은 “지금 당장 확전의 결정권은 분명히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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