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조의 만사소통] MBTI가 뭐길래

관리자 2023. 10. 11.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엠비티아이(MBTI)가 뭐예요?" "INTJ입니다." "전 ESFP입니다." 학생들끼리 하는 말이다.

지인 중에 MBTI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MBTI를 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삼는 것도 요즈음 세대들의 문화 아니겠는가? 실제로 학생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 할 말이 없을 때 MBTI를 소재로 삼으면 30분 이상 거뜬히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할 말이 없을 때, MBTI를'.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암호 같은 ‘성격유형 측정 지표’
요즘 세대 첫 만남에 확인 필수
80억 인구를 16타입으로 분류?
어리석다 여겼지만 긍정적 측면도
상대 더 잘 이해하려는 소통수단
처음 본 이와도 30분 대화 거뜬

“엠비티아이(MBTI)가 뭐예요?” “INTJ입니다.” “전 ESFP입니다.” 학생들끼리 하는 말이다. 대체 무슨 말인가? 암호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주고받는다. 자기들끼리는 잘 통한다. 근데 나는 전혀 모르겠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학생들과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색이 소통학자인데 완전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

학기초 수업시간에 자기소개를 시킨다. 질문도 받도록 한다. 근데 어김없이 나오는 질문이 바로 “MBTI가 뭐예요?”이다.

MBTI를 알면 상대방을 다 아는 것처럼 반응한다. “정말요?” “그럴 줄 알았어.” “에이, 거짓말.” “오호, 맞네.”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다. 서로 예측이 맞으면 환호하고 틀리면 실망하기도 한다. 그걸 지켜보는 나는 또 왕따다.

그래서 찾아봤다. MBTI는 성격유형 측정 지표인데 16가지의 성격유형이 나온다. ‘INTJ’는 ‘전략가’, ‘ESFP’는 ‘연예인’, 이런 식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대화를 이해하려고 공부했다. 각 유형을 암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된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나이 때문인지, 원래 머리가 나쁜지 당최 잘 외워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MBTI를 들먹이면 머리가 아프다. 우주인들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외워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원래 사람을 어떤 특정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걸 잘 하지 않는다. 어떻게 80억명이 넘는 인간을 몇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을까? 서로 다 다른 사람들을 나누거나 묶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참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A형이냐 B형이냐를 따져서 그 사람의 성향과 성격을 지레짐작하는 것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잘 안 외워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MBTI를 찾아봤다. 혹시 학생들이 물어보면 대답해야 할 것 같아서다. ‘난 이런 사람이야’ ‘너희들 마음 다 알아’ 하며 거들먹거리고 싶었다.

‘ENFJ’로 나왔다. ‘선도자’ ‘정의로운 사회운동가’란다. 외향적이고 어딜 가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단다. 히히. 기분은 좋다. 그리고 실제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ENFJ’ 유형인 사람들을 나와 똑같거나 비슷하게 본다고 생각하니 좀 찜찜하다. MBTI로 내가 완전히 파악된다고 생각하니 별로다. 내가 완전히 해체당하는 기분이랄까.

지인 중에 MBTI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분류하고 유형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란다. 처음 만난 사람과 더 빨리 친숙해지고,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판단하고, 괄호 치고, 가려서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 MBTI를 긍정적으로 이용하면 된다. 지인의 말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리고 MBTI를 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삼는 것도 요즈음 세대들의 문화 아니겠는가? 실제로 학생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 할 말이 없을 때 MBTI를 소재로 삼으면 30분 이상 거뜬히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이야깃거리인 것이다.

‘할 말이 없을 때, MBTI를’.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MBTI로 상대방과 더 활발한 소통을 하는 것. 요즈음 세대들이 나누는 대화 문법이니 배워야겠다. 공부해야 한다.

근데 또 외워야 하잖아. 환장하겠네.

김혁조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