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청소년시설 코앞에 ‘석면 흙가루’ 풀풀
조성 현장 인근·풀숲 곳곳 슬레이트 파편
출입 제한 시설도 부실… 안전·건강 위협
서구 “위험 물질 나오면 제거 후 공사 재개”
“석면 가루라니, 수영장 갈때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겠어요.”
10일 오후 2시께 찾은 인천 서구 원창동의 원신근린공원 조성 공사 현장.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슬레이트에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10~15% 들어 있다.
석면 가루가 토양을 오염시키거나 공기 중에 날리면 인근 주민들은 물론, 공사 현장 바로 옆 서구 청소년수련관 이용자들까지 석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청소년수련관 수영장을 이용하는 김혜숙씨(72)는 “석면 슬레이트가 묻힌 땅을 파고 공사하면 노인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인천 서구가 원신근린공원을 조성하면서 토양 안전성 확인을 허술하게 해 인근 주민들과 이용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등을 발견하고도 출입제한 등 안전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구에 따르면 서구는 지난 5월 원신근린공원 조성사업에 착공했다. 이후 본격적인 공사 시작에 앞서 지난 8월 해당 부지에 ‘폐기물 공정시험’을 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구는 9월 중순께 터파기 공사에 들어간 뒤에야 토양 속에 슬레이트 등의 건축폐기물을 발견했고, 뒤늦게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의뢰했다. 구는 종전 공원 부지에서 철공소를 운영하던 업체가 철거 과정에서 슬레이트 등을 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사 현장의 출입 제한도 부실했다. 공사 현장 주변에는 성인 무릎 높이의 그물만 설치해 아이들도 쉽게 공사 현장을 드나들 수 있다.
청소년수련관 근로자 A씨는 “출입문 관리가 부실해 혹시라도 아이들이 공사 현장에 들어갈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최미경 석면피해예방지원센터 이사장은 “공사 현장에서 무거운 공사 장비가 이동하거나 작업할 때 땅에 묻혀있는 슬레이트 파편들이 부서질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어 “부서지면서 발생하는 가루가 공기 중에 흩날리면 인근 주민들은 석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구는 석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 뒤 공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 토양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석면이 함유된 토양으로 나오면 관련법에 따라 슬레이트 등의 위험물질을 제거한 뒤 공사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아이들 안전이 우려되는 공사장 출입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시명 기자 sm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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