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7배로 키웠다…37년만에 '美 4위' 눈앞[정의선 취임 3년]
전기차·로봇·AAM '미래 모빌리티' 선도…"창조적 파괴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125만482대.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올해 1~9월 미국 판매 실적이다. 1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면 현대차·기아는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미국 진출 37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 4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3년 전인 2020년 10월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기아가 세계 자동차 시장 격전지인 미국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부진 우려가 나왔지만, 빠르게 대응해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 美 진출 37년만에 판매량 4위 청신호…영업이익 7배 증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기아는 미국서 신차 14만2869대(제네시스 포함)를 판매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보다 18.4% 증가한 것으로 9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14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를 이어갔다.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이 계속되면서 올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147만대 기록을 가뿐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여파 등으로 스텔란티스의 생산 차질이 예상돼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 4위 업체에 오를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 일본의 혼다를 제치고 미국 5위 자리를 꿰찼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호실적 배경으로는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 드라이브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판매 확대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전기차 판매 선전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8월 IRA 시행 당시만 해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금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운데 GV70 전동화 모델만 현지에서 생산한다. 주력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은 한국서 생산해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현대차·기아는 IRA 미적용 대상인 상업용 전기차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지난해 한 자릿수에 그쳤던 미국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을 올해 30% 이상으로 높였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만2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투싼, 스포티지, 쏘렌토, 싼타페 등 하이브리드 모델이 승승장구한 것도 미국 시장 활약에 큰 힘을 보탰다.
친환경차와 SUV 그리고 제네시스의 판매 호조는 역대 최고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14조1076억원이다. 정 회장 취임 전인 2020년 상반기(2조437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대차 14조7911억원, 기아 11조8320억원으로 합산 26조6231억원에 달한다.
◇ 전기차부터 로봇·AAM까지 '미래 모빌리티' 선도…"창조적 파괴자" 평가
정 회장은 자동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략 전반에 주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로 대변되는 전기차는 물론 로봇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까지 아우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하면서 SDV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 1조707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했다. 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로보틱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위해 정 회장은 사재 1억76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AAM 분야에서도 나사 출신 신재원 사장을 영입하고 미국 A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차 시대의 '패스트 팔로어'에서 미래 모빌리티 '퍼스트 무버'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세대 이무원 교수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및 지속가능대학 윌리엄 바넷 석좌교수, 명지대 경영학과 김재구 교수와 함께 정의선 회장의 '파괴적 게임 체인저' 비전과 혁신을 심층 분석한 사례 연구(Case study)를 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케이스센터에 공식 등재됐다. 이무원 교수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창조적 파괴자로서 기회를 새롭게 정의하고 인류에 더 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최전선에 섰다"고 평가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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