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추석물가와 농심(農心), 그리고 농협

관리자 2023. 10.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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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전후로 사과와 복숭아 등 청과물값이 치솟았다는 언론 보도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쏟아졌다.

주요 신문과 방송에선 '사과 한개 만원, 치솟은 과일값 한숨 나오는 명절' '사과 30%↑ 복숭아 24%↑, 겁나는 추석 상 차리기' 등의 제목을 단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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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전후로 사과와 복숭아 등 청과물값이 치솟았다는 언론 보도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쏟아졌다. 주요 신문과 방송에선 ‘사과 한개 만원, 치솟은 과일값 한숨 나오는 명절’ ‘사과 30%↑ 복숭아 24%↑, 겁나는 추석 상 차리기’ 등의 제목을 단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올여름엔 극한호우와 태풍으로 특히 농업계 피해가 극심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농민들은 애지중지 농산물을 돌보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그 노고는 헤아리지 않고 이처럼 농산물 가격만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기사는 과연 옳은가. 국민의 뜻을 대신해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사과와 복숭아처럼 가격이 오른 농산물만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그러한 배경에 대한 취재는 실종돼 그간 어렵게 농산물을 기르느라 고생한 농민의 마음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은 건강에 관심이 높아져 외국산보다는 국산 농산물, 그중에도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안심 먹거리에 관심이 커지면서, 농민의 정성을 고려하고 농산물 재배지의 사정까지 염두에 둘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농산물 수요가 커지는 추석 대목장에는 유독 농산물 가격에만 예민한 시선이 꽂힌다. 농산물은 물가상승 주범으로 몰리고 민생을 괴롭히는 근원인 것처럼 여겨진다. 이제 가격에만 고정된 시선을 거두고 시야를 넓혀 그 배경까지 살펴야 한다.

올여름엔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이 겹쳐 농산물 재배가 유달리 어려웠다. 농민들의 마음은 함께 문드러져갔다. 이런 와중에 유류비와 사료비·비료비 상승으로 농업 생산비가 급격히 올라 농업소득은 쪼그라들고 많은 농가가 경영위기에 처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매할 때 이런 사실들까지 기억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서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다고 각종 미디어에서 무분별하게 보도할 때, 그런 내용을 비판하고 농업이 공익적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음을 일깨워줄 독자는 없을까?

마트 진열대 위 농산물을 바라보는 소비자가 농민의 정성을 생각하고 농업재해로 아픔을 겪는 농민을 배려하게 만들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어려워진 농업 환경을 생각하고 조금 높아진 농산물 가격도 수용하는 마음을 국민에게 정착시킬 방법을 생각해보자.

첫째, 농민이 성심성의껏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자가 선택할 때 이런 노력을 세련되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농민의 진심 어린 노력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결코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고, 진솔하게 농심(農心)을 전달하는 길이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위 두가지 과제는 개별 농민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농민들이 단합한다고 해도 체계를 갖춘 조직 없이 과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는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 어떤 조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우리 농업계에는 창립 62주년을 맞이한 ‘농협’이라는 조직이 있다. 조직망에서 봤을 때, 그리고 보유한 인력의 수와 자본의 크기를 다른 조직과 비교했을 때, 단연코 앞서간다고 할 수 있다. 농업계에 놓인 중요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농협의 역할이 막중하다. ‘농산물 진열대 위에서는 안 보이는 농민의 마음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가치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일’은 범농협이 조직적으로 풀어가야 할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농협의 비상한 노력과 각오가 절실한 때다.

이내수 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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