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김수철 "국악 현대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끝까지"

이재훈 기자 2023. 10.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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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종문화회관서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
올해 데뷔 45주년…초창기부터 이어온 '국악 헌신' 결실
'만년 청년'·'젊은 그대' 수식 받으며 실험과 도전 이어가
[서울=뉴시스] 김수철.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3.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악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도 '뿌윰한 가능성'을 독대했다.

'작은 거인' 김수철이 우리 음악을 벼랑 끝에서 지켜온 방식이다. 하지만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도 가지가 많으면 열매도 많이 맺는다. 그가 데뷔 45주년을 기념해 11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는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가 그 결실이다.

공연 전 전화로 만난 김수철은 "우리 소리의 긍지가 담긴 문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김수철의 음력(音歷)이 그 말의 확실한 증거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80년 친구들과 독립영화 '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타를 가야금처럼 쳐서 음악을 만든 것이 장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김수철의 향후 국악 관련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인 기타 산조의 시작. 같은 해 발표한 '별리(別離)'는 김수철의 머나먼 '국악 항해'의 닻을 확실히 올렸다. 이 곡은 국악 가요의 효시로 통한다.

이후 실험과 파격에 대중화를 더하는 작업이 본격화됐다. '황천길' '불림소리' '팔만대장경' 같은 국악 앨범은 난해하기보다 국악에 대한 그의 확실한 견해였고, 우리음악에 묵직함을 더했다. 김수철이 참여한 영화 '서편제' OST는 무려 100만장 이상 팔렸다.

"우리 국악 공부가 음악의 기본이 됐어요. 우리 전통음악, 우리 소리를 공부하면서 조상님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미래 방향제시도 할 수 있게 됐죠. 우리 소리는 우리들의 자존심이에요."

[서울=뉴시스] 김수철.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3.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수철은 스스로 대중성을 멀리했다. 영화 '고래사냥'의 주제곡 '나도야 간다', 대중의 한을 달랜 '못다핀 꽃 한송이',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OST '치키치키 차카차카', 불멸의 응원가 '젊은 그대' 등 그는 마음만 먹으면 히트곡을 쏟아낼 수 있는 벼락 같은 '음악 천재' 반열에 올랐었다.

김수철은 "대중예술은 결국 유행처럼 흘러가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도 정신·의식·철학이 짙은 우리의 문화를 남기는 것이 증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악 중심의 작업은 대중성이 떨어지다보니 제작비 투자를 받기 힘들다. 그가 15년 간 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었으나 소용 없었다. 100명의 악단을 무대에 올리는 이번 공연 제작비는 10억원가량인데 대부분을 사비로 채웠다. 김수철은 "제 음악이 웅장하니 돈이 많이 들어요. 벌은 돈을 다 쏟아 붓는 것"라고 설명했다.

김수철은 몇년 전부터 인터뷰에서 '음악 빌딩'이라는 말을 해온다. 빌딩 하나 없지만 곡 하나 하나가 음악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이다. "이런 웅장한 우리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우리 소리가 다양하구나' '우리 소리가 재밌구나' '우리 소리가 이렇게 깊은 울림이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계기면 됩니다."

[서울=뉴시스] 김수철.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3.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이번 공연은 김수철이 40년 이상 힘을 쏟은, 국악을 현대화해 작곡한 곡들을 들려준다는 의미도 크다. 1부에선 코리아모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양악 타악, 피리·대금 등의 국악기와 국악 타악기를 더해 구성한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본인의 곡들을 연주한다. "국악이 현재화된 음악을 들을 기회가 없잖아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니까요. 이런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게 중요해요."

2부에서는 양희은, 백지영, 이적, 성시경, 화사 등의 동료가수들과 함께 자신의 대중음악 히트곡들을 들려준다. 김수철은 한류의 중심이 된 K팝을 물론 긍정한다. 다만 "우리 문화가 서양 문화와 균형이 맞지 않은 건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청년들과 가까이 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김수철은 1978년 전국대학축제 경연대회에서 밴드 '작은 거인'의 '일곱 색깔 무지개'로 대상을 받은 이래 '만년 청년'으로 통하는 '젊은 그대'다. 1980년대 '송골매' 출신 구창모와 함께 록밴드에서 독립해 솔로가수로 성공한 '청년 문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지난 2월 홍대 앞에서 펼쳐진 '경록절'에서 '젊은 그대'를 펑크 밴드 '크라잉넛', 청년들과 떼창하는 순간은 '청춘과 로큰롤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청년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해온 음악적 실험도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끝까지 해봐야죠." 그렇게 김수철은 똑같이 쓸 수 없는 노래들로, 항상 진심에 도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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