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무시한 국토부…"반년 더 주시" 벼르는 감사원
국토교통부가 14년 동안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를 막은 통계 분석이 '엉터리'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불수용하고 올해 같은 분석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감사원이 시정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통계 분석에 문제가 많다는 게 감사원 내외부 통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감사 당시 국토부도 지적에 이견은 없었는데 딴소리하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10일 "지금은 지적 사항 '이행 기간'이기 때문에 절차상 (국토부가 같은 통계예측을 되풀이한데 대해) 국토부에 문제제기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감사 당시 국토부 담당자를 대면했을 때 지적 사항에 아무 이견이 없고, 문제가 시정될 것이라 기대해 책임을 묻지는 않았는데 반년 가량 이행 기한을 부여하고 이후에 문제가 반복되면 문제를 저지른 사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 7월까지 실시한 국토부 감사에서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가 수급 조절 제도로 증차가 금지된 레미콘 믹서트럭 등록대수를 '시장 수요'라고 가정하고 수요량을 예측한 것은 "수요를 과소 추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레미콘트럭은 레미콘 회사가 운영하는 '자가용' 차량과 개인 차주가 면허를 취득해 레미콘 운반업을 하는 '영업용' 차량으로 나뉜다. 국토부는 레미콘트럭 과잉 시 개인 차주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2009년부터 증차를 통제하고 있다. 2년마다 수급 조절위를 소집해 증차 금지를 결정하는데 이를 위해 연구용역을 통해 향후 2년의 레미콘트럭 수급상황을 예측한다.
연구기관은 전국의 레미콘트럭 '등록대수'를 시장 수요라 가정하고 연도별 등록대수와 같은 해 건설투자 등 데이터와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한 뒤 향후 2년 건설투자가 1%, 2% 늘어나면 레미콘트럭 수요는 몇 % 늘어날 것이란 통계적인 수요 예측 모형을 만들어냈다. 공급 예측 모형은 따로 만드는데, 예측한 믹서트럭 수요량과 비교해 향후 2년간 레미콘트럭의 과잉 여부를 판단해 왔다.
감사원은 '등록대수'가 수급 조절 제도로 통제된 수치이기 때문에 믹서트럭 수요 증가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019년에서 2020년 건설투자 규모는 4조원 증가했는데, 레미콘트럭 등록대수는 오히려 300대 줄었다. 상식적으론 레미콘트럭 수요가 늘어야 하지만 정부에 의해 증차가 금지된 상황에서 일부 차주가 은퇴하는 등의 영향이었다.
서울의 모 대학 통계학과 교수는 믹서트럭 수급이 2년마다 계속 제한됐으니 과소 추정이 "누적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해당 문제를 보고서에 적시해 7월말 국토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8월 문제로 지적된 등록대수로 또다시 수요를 예측해 2025년까지 증차를 2년 더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건설투자 규모와 등록대수 사이 상관관계가 높아 과소 추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사실상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부 통계 전공자와 한국은행 통계 전문가를 차출해 국토부를 감사한 결과 국토부 수급 예측에 통계학적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국토부 담당자를 대면해 구두로 지적한 결과 전부 이견 없이 수용했기 때문에 보고서는 극히 일부만 적시한 것인데, 이제 와 지적을 불수용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국토부 의뢰로 민간 연구기관이 수급 예측에 착수한 게 감사보고서가 전달(7월)되기 전인 올해 초이지만 통계 예측의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지적했으니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2개월의 감사 이행 계획 수립 기간을 부여받았는데, 아직 이행계획을 감사원에 제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토부가 기한을 지키지 않았지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토부에 6개월 가량 이행 기간을 부여한 후에는 지적 사항이 시정됐는지 엄격하게 이행 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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