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초전' 강서구 보선 결과에 촉각... 누구든 지는 쪽은 '치명타'

김정현 2023. 10. 1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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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여야 화력 집중
승패 따라 여야 지도부 리더십에 결정타
진교훈(왼쪽) 더불어민주당,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연합뉴스

여야는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막판까지 총력전을 폈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선거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가 사활을 건 이번 선거에서 지는 쪽은 리더십에 치명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별사면에 영장 기각까지… 판 커진 보궐선거

김태우 국민의힘·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막판 표심 확보에 온 힘을 쏟았다. 김 후보는 "(강서구청장 재임 시절) 민주당이 16년 동안 해내지 못한 숙원사업들을 6개월 만에 해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진 후보는 "제가 만난 강서구민들은 윤석열 정권 1년 6개월이 16년 같다고 심판할 날만 기다렸다고 말씀하셨다"며 맞불을 놓았다. 후보자들은 이날 자정까지 강서구 곳곳을 돌며 유세전에 나섰고, 국정감사 중인 각 당 지도부까지 유세에 합세하며 마지막 한 표까지 끌어모았다.

여야가 총력전을 펼친 이유는 이번 선거가 단순한 구청장을 뽑는다는 의미 이상을 지녔기 때문이다. 보선 사유를 제공한 김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당선 무효 판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3개월 만에 특별사면·복권을 결정했고, 이에 따른 김 후보 공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등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여론의 관심이 높아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라며 "양당 지도부 진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도가 높아진 선거가 됐다"고 평가했다.


여당 패배 시 '수도권 위기론' 현실화, 사면 책임론

이에 선거 결과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강서구에서 민주당이 두 자릿수 격차로 승리한다면, 내년 총선에 앞서 이 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압승이 민주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분석실장은 "민주당이 선거 승리를 '이재명 승리'로 규정한다면 견강부회가 될 수 있다"며 "전략적으로 보더라도 지금 비명계를 징계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고화된 이재명 체제를 배경으로 체포동의안 가결파에 대한 징계에 나선다면, 정작 총선에 앞서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큰 차이로 패할 경우, 당내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며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도부가 해 왔던 정책적, 정무적 노선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와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나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당과 대통령실과의 비대칭 관계를 거론하면서 "당이 더 이상 하부 구조 역할을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에선 보선 결과에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강서구 현역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 점 △대선 당시 이 대표의 득표가 윤 대통령보다 많았던 점을 들어 '졌지만 잘 싸웠다'는 식의 출구전략이 나온다.


야당 패배 시, 이재명 거취 두고 내홍 수렁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친윤석열계 중심의 지도부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김 대표도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수도권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리더십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총선을 앞두고 당내 쇄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우리가 이기더라도 지금 이대로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리의 캠페인 방식이나 주민들의 여론을 분석하고, 민생 정책으로 다가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패배 시 이 대표 거취를 두고 격한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 강세지역인 강서구에서 패배할 경우,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책임론이 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 등 지도부 총사퇴론을 주장하는 비명계와 이에 맞서 당권을 유지하려는 친명계 간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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