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 대입 개편으로 낡은 문·이과 구분이라도 없애길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게 되는 2028학년도 대입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선택과목이 없어지고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 시험을 치른다. 진학하려는 학과와 상관없이 모든 수험생이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는 것이다. 또 고교 내신 평가 체계가 기존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뀐다. 이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고교 학점제’에 맞춰 대입 제도를 손본 것이다.
현행 선택과목 체제는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을 골라 공부하게 하자는 취지였지만, 과목 간 난이도 차이가 심해 유불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또 많은 학생이 적성과 관계없이 점수 받기에 유리한 과목을 택하는 부작용도 심각했다. 내신 5등급제로 하면 1등급을 받는 학생이 지금의 4%에서 10%로 늘어나 교실에서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입 제도를 고치면 항상 부작용이 뒤따랐다. 사교육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번 개편안도 내신 변별력을 떨어뜨려 대학들이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수 있고 자사고·특목고 쏠림도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에 유의해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실질적인 문·이과 통합이 이루어진 것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고교 교육과정에선 문·이과 구분이 없어졌지만 수능 선택과목으로 사실상 문·이과를 구분했다. 한국식 문·이과 구분은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것으로 이런 교육을 하는 곳은 세계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융합형 인재가 필요한 시대와 너무 맞지 않는다. 그런데 교육부는 선택과목인 ‘심화 수학’을 남겨두는 방안은 계속 검토한다고 한다. 그 경우 문·이과 통합은 다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부족한 부분은 대학에서 가르치도록 하면 된다. 교육에서 문·이과라는 말 자체가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교육 개혁을 노동·연금 개혁과 함께 3대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대입 개편 발표에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교육 개혁의 내용이 무엇이고 이번 대입 개편이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선뜻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적인 교육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틀에서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놓아야 학부모와 학생들이 믿고 따르는 정책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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