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쪼개지는 서방과 아랍

김지원 기자 2023. 10. 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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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 친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일제히 팔레스타인 편에 섰다.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직접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이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의 팔레스타인 탄압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이번 사태를 논의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양호한 삶을 누릴 적법한 권리, 희망과 포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10일(현지 시각) AFP가 사우디 관영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빈살만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아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가 그동안 미국의 안전 보장을 대가로 이스라엘과 추진해 온 관계 정상화 대화가 난관에 봉착했다”면서 ‘사우디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친서방 국가로 꼽히는 쿠웨이트는 지난 9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RWA)에 200만달러(약 27억원)를 기부하며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지한다”고 했다. 카타르도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침해한 이스라엘에 계속되는 상황 악화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와 사우디가 경합 중인 2030 엑스포 유치전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재계에선 엑스포는 경제 행사인 만큼, 각국이 정치·군사 이슈보다는 경제적 유불리에 따라 지지국을 정할 것으로 보지만,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 이슬람 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반팔레스타인, 반테러리스트 감정이 강한 다수 국가에는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이 같은 태도가 엑스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나라들 중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 있는 이슬람 국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유치단은 그동안 이런 나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공을 들여왔는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확전되면 이슬람 국가들의 연대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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