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신약과 복제약 중 고른다면

채길우 시인·제약회사 연구원 2023. 10. 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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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회사에서 약을 연구 개발하는 방법에는 대략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신약을 만드는 일, 나머지는 기존 약을 기반으로 복제 약이나 유사 약을 제조하는 일이다.

신약을 만드는 건 참고할 정보가 거의 없어 처음 시작하는 일에 커다란 자본과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복제 약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신약 개발보다는 덜 부담스럽다. 기존 약과 똑같이 만들거나 유사 수준의 범위 안에 들도록 약의 제조 과정을 조절하는 일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바닥에서부터 모든 걸 자체적으로 확립해야만 하는 신약 개발보다 참고 가능한 선행 연구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그 어려움의 강도는 역전된다. 신약은 의미 있는 약효와 일반적인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순간 허가와 규제에서 더 자유롭다. 코로나19 관련 백신들이 이전 의약품 허가 방식보다 신속히 허가되고 배포되었던 것을 상기해 보라. 하지만 복제 약은 신약보다 더 길고 까다로운 규제와 법칙을 따라야 한다. 원개발자들이 등록한 특허 기간이 만료되길 기다리거나, 특허를 침해하는지 신중히 살펴야 하고 원약과의 동등성도 입증해야 한다. 기존 약보다 약효가 나빠서도, 나아서도 안 되며 불순물의 수준도 같아야 한다. 모든 일을 타인이 설정한 기준 안에 포함되도록 살펴야 하는 것이다. 복제 약이 신약보다 열등하다는 뜻이 아니다. 신약은 절망적 상황의 사람들에게 새 삶과 희망을 주고, 복제 약은 신약의 독점을 막아 더 많은 환자에게 투명하고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삶의 방식 역시 그러할 것이다. 자기 자신이 되느냐, 혹은 타인의 규범 안에 자신을 포함시키느냐. 그 둘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모두 어렵고 치열한 방식의 삶이고, 그 삶의 양식이 완전히 구별되지도 않는다. 각 삶의 방편과 의미 속에서 조금 다른 종류의 용기와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삶에 관한 자신만의 고민이 필요하다. 시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시라는 제한된 형식 안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찾고 그것을 타인에게 제시해 허락과 공감을 받는 과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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