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59] 신안 하의도 칠게 반찬
물이 들기 시작하는 신안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느라 바쁜 마도요를 만났다. 민물도요와 달리 종종거리지 않고 성큼성큼 걷다가 갯지렁이나 게들의 서식 굴에 부리는 물론이고 머리까지 박고서 먹을 것을 잡아낸다. 알래스카 등 북극 지역에서 하절기 번식을 마치고 뉴질랜드나 호주 등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는 무리들이다. 작은 갯지렁이를 몇 마리 잡던 마도요 한 마리가 서식 굴에서 칠게를 잡아내 집게발을 부리로 물고 마구 흔들더니 갯벌에 패대기친다. 그렇게 네댓 번을 반복한 후, 집게발을 떼어 내고 아주 행복한 눈빛으로 한입에 삼킨다. 도요새들에게 우리 갯벌에서의 가을 만찬은 아직도 남아 있는 수천㎞의 가을 여행을 위한 에너지를 충원하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마도요가 좋아하는 먹이는 칠게다. 서해 갯벌에서 마도요를 즐겨 볼 수 있는 이유다. 칠게는 조간대 펄갯벌에 서식하며 갯벌 위의 규조류나 사체 등을 먹는다. 눈자루가 길고 눈이 발달해, 사람·새·두족류 등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서식 굴로 숨는다.
전남 신안군 하의면 하의도에서 칠게 반찬을 만났다. 하의도는 갯벌이 발달한 섬이다. 옛날에는 하의도, 상태도, 하태도를 ‘하의 3도’라 불렀다. 지금은 상태도와 하태도 사이에 제방을 쌓아 염전으로 바뀌었다. 이곳 갯벌은 칠게가 살기 좋은 펄갯벌이라 낙지도 많이 서식한다. 신안에서도 먼바다에 위치해 주변에 오염원이 없고, 조류 소통도 원활하다. 게다가 섬과 섬 사이에 굴곡도가 높아 갯벌이 발달할 수 있는 자연환경이다. 이곳 주민들은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동면을 위해 살을 찌운 칠게를 잡아 반찬을 만들었다. 이곳 어민들은 칠게를 그물로 잡지 않는다. 그렇다고 플라스틱 통과 같은 불법 함정 어구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오직 마도요가 부리만을 이용해 칠게를 잡는 것처럼 맨손을 이용한다.
전라도의 섬사람들은 이런 칠게를 이용해 칠게장, 칠게무침, 칠게젓, 칠게튀김 등 칠게 반찬을 만들어 먹었다. 그중 가장 많이 이용했던 것이 칠게장이지만, 추석이나 잔치 등 특별한 날은 칠게 튀김을 만들었다. 또 칠게를 갈아서 양념을 더해 칠게젓으로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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