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 ‘고용 세습’ 고집하는 기아 노조
사측이 “폐지” 나서자 “총파업”
올초 정부선 이미 불법이라 판단
기아 노조가 현대판 음서제라 불리는 ‘고용 세습 조항’ 유지를 고집하면서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고용 세습 조항 삭제 요구에 노조 탄압이라며 맞서고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7월부터 13차례 만나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지금껏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턴 특근도 거부하고 “사측이 성의 없는 자세로 일관하면 총파업으로 돌파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은 고용 세습 문제다. 기아 단체 협약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부모가 기아에 재직했다면 자녀에게 입사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현대차에도 이런 조항이 있었는데 2019년 노사 합의로 없앴다.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은 조항 삭제를, 노조는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고용 세습 조항은 이미 정부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사안이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기아의 고용 세습 조항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고용정책기본법 등에 어긋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노조 관계자 등을 입건하며 재차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기아 노조는 사측의 조항 삭제 요구를 개악으로 규정하고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아 형사처벌되더라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고작이다.
사측은 고용 세습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5년간 기아 직원 자녀 1000명에게 해외 봉사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아 주니어 글로벌 봉사단’을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새롭게 제시했다. 임금과 관련해서도 현대차 임단협 타결과 같은 수준인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 역대급 인상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선 기아 노조의 주장이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998년 부도를 겪었던 기아 노조가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도 여전히 변화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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