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 내세운 하마스 “이스라엘 공습 때마다 인질 살해”

이선정 기자 2023. 10.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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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로 납치한 150여 명,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교환 요구

- 충돌 나흘째 사망 1600명 넘어

- 네타냐후 “하마스는 ISIS 같아”
- 생필품 금수, 지상군 투입 임박
- 韓, 현지 체류자들 귀국 조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보복 공습에 나서자 하마스가 150여 명의 민간인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 이-팔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감행한 가운데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이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민간인 살상 참극 우려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우리도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1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수백 명을 살해하고 150여 명을 가자지구로 납치해 갔다. 이 같은 대규모 피랍은 전례가 없어 이스라엘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인질 중에는 외국인도 포함됐다. CNN방송은 이스라엘 민간인 중 피랍 직후 최소 4명이 억류 중 살해됐다고 9일 보도했다. 결국 하마스가 ‘인간방패’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최소화하겠다는 뜻이어서 민간인 살상이라는 참극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커진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선언했지만 인질의 안전과 보복 공격 사이에서 다음 단계가 고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섣불리 지상군을 투입하면 인질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질을 맞교환하다면 하마스 선전전에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스라엘이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인 30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 조만간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의 석방되지 않는다면 휴전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2011년 팔레스타인 죄수 수백 명을 풀어주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5년간 억류한 이스라엘 병사 1명을 돌려보낸 적이 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죄수 1150명과 피랍 이스라엘 병사 3명의 교환 석방이 이뤄지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충돌을 문명 대 야만의 대결로 규정하는 등 다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9일 TV연설에서 “하마스의 잔혹 행위는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IS) 이래 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하마스는 ISIS다. 우리는 문명 세계가 ISIS를 패배시켰던 것과 똑같이 하마스를 패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자 급증…가자 고립무원

이날 가자지구에서 의료진이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구급차로 옮기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충돌이 나흘째 계속되면서 양측 사망자가 1600명을 넘어서는 인명 피해가 급증했다. 이스라엘 측은 10일 이번 사태로 900명이 사망하고 24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 시신 100구가 추가로 발견되는 등 하마스 무장대원이 침투한 남부 지역의 상황이 정리되면서 사망자 수가 늘었다. 팔레스타인 측은 704명이 숨지고, 372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집계와 별개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무장대원 시신 1500구를 발견했고, 가자지구 공습도 계속돼 희생자 수는 더 늘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도 진행 중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완벽 봉쇄를 지시했다.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에 앞서 장기간 포위와 지속적인 공습으로 하마스를 굴복시키려는 계획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 식량 연료 등이 차단되면서 가자지구에 사는 230여만 명의 주민은 인도주의적 참사 위기에 놓였다. 팔레스타인은 외부 돈줄도 끊겨 고립무원 상태다. 유럽연합(EU)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총 6억9100만 달러(약 9900억 원) 상당의 팔레스타인 개발원조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8일 팔레스타인 재정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으며, 오스트리아도 9일 팔레스타인 1900만유로(약 270억 원) 규모의 원조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인 단기 여행객 규모는 480명가량이며 현재까지 한국 여행객이나 교민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단기 체류자들이 귀국할 수 있도록 조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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