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붕어빵 단상Ⅱ
그냥 걸었다. 초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들이 어지럽게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때였다. 시선을 확 끄는 문구가 보였다. 반가웠다. 푯말에는 분명히 ‘5개에 1천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웬 횡재인가. 한걸음에 달려가 덥석 집어 들었다. 그리고 셈을 치렀다.
그런데 실망스러웠다. 개수는 맞는데 크기는 확 줄어들어서다. 어른 손바닥보다도 작았다. 가슴 한편에서 찬 바람이 쌩 불어 왔다. 뜻 모를 배신감도 엄습했다.
필자가 며칠 전 퇴근길에 겪었던 붕어빵 이야기다. 알아 보니 붕어빵 상인의 처지도 이해할 순 있었다. 날이 밝으면 물가가 오르고 재료값도 껑충 뛰는데,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가격 인상 대신 선택한 게 크기 줄이기였다고 한다. 단가를 낮추는 대신 슬그머니 줄인 크기만큼 씁쓸했다. 꼼수 인상인 셈이다.
붕어빵 가격은 앞서 지난해 겨울 2개에 1천원 수준으로 껑충 뛴 바 있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한겨울이었다. 당시 인상폭은 그전에 비해 무려 50%에 육박했다.
최근 한국물가정보가 고시한 자료에 따르면 붕어빵 재료로 쓰이는 붉은팥(대부분 수입산)은 800g당 평균단가가 6천원이다. 5년 전 3천원보다 100%, 1년 전 5천원보다는 20% 껑충 뛰었다. 붕어빵틀 제작기계 주문량도 지난해에 비해 배로 늘었다. 일반 붕어빵과 미니 붕어빵 기계 판매량이 4 대 6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끝없이 치솟고 있는 요즘이다. 하룻밤만 자고 시장에 나오면 물가가 올라 있다. 김밥과 함께 라면 한 그릇 먹는 데도 1만원이 든다. 고물가에 먹거리 인심도 쪼그라들고 있다.
모든 게 뛰는 데 붕어빵이라고 예외일 순 없겠다. 하지만 서민들의 간식거리까지 인상되니 마뜩잖다. 하긴 오르는 게 어디 붕어빵뿐이겠는가.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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