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우문현답

경기일보 2023. 10.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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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흥구 인천시사회서비스원장

올 추석연휴는 길었다. 직장 다니는 샐러리맨들은 환호할 일이나 사회복지시설 근무 종사자들에게는 크게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사회복지시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장애인 생활시설 등에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생활지도사들은 휴일도 없이 장애인 돌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규칙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휴라고 돌봄에 공백이 생긴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례를 지난 여름 약 한 달간 겪었다. 우리 사회서비스원(사서원)이 운영하고 있는 ‘미추홀푸르내’라는 중증장애인 시설이 있다. 중증장애인 남녀 각 6명이 생활지도사 각 3명의 돌봄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지난 6월 말 갑자기 남성 생활지도사 3명 중 2명이 사직했다. 주야간, 휴일을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한 명이 하루도 못 쉬고 24시간 근무하게 된 것이다. 채용될 때까지 비상수단을 써서라도 돌봄 공백을 막아야만 했다.

우리 사서원의 남자 직원 중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한 10명이 2인1조가 돼 일주일에 3일씩 야간근무를 지원하고 나섰다. 거주자 중엔 장루환자와 갑자기 돌발행동을 하는 발달장애인, 볼일을 보고도 뒤처리를 못하는 장애인도 있었다. 야간에 근무하면서 여성 거주자들을 돌보는 생활지도사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3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한 생활지도사는 거의 휴일도 쉬지 못하는 불규칙한 생활과 세 명이서 교대로 근무하면서 그중 누가 갑자기 아프거나 집안에 애경사가 있으면 계속 근무해야 하는데 이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런 근무환경이라면 이들의 처우는 만족스러운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 대한 처우는 국비로 운영되는 시설과 지방비 시설이 다르고 시설 종류별로 각각 다르다. 인천시의 경우 국비시설에 지원되는 보건복지부 임금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수준에 있으며 전국 최초로 소규모 시설까지 호봉제를 실시하고 유급병가, 장기근속 휴가, 대체인력지원, 건강검진비 지원 등 복리후생제도는 타 시·도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의 경우 노동의 강도나 고난도, 위험 수준에 비하면 처우가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우리 사서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장 근무요원인 요양보호사, 활동지원사. 생활지도사들의 평균연령은 50세가 넘고 근무연한도 5년을 넘지 못한다.

이는 근무여건이나 임금 수준이 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중증장애인시설 돌봄 체험을 통해 시설종사자들이 열악한 근무조건과 충분치 못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해 오직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며 많이 배우고 느꼈다. 우리의 문제는 바로 현장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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