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가족 전세 사기, 심상치 않다/실태 파악과 초동 대처, 중요하다
수원에서 빌라 전세금을 날렸다는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9월 말이다. 사건의 파장이 우려되는 만큼 경기남부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불과 10여일 만에 피해 고소인이 52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전체 피해 액수도 80여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전개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피해 대상 지역이 수원지역 외로 벗어나고 있다. 법인을 통한 전문 사기 행태로 확인된다. 2021년 이후 불거진 대형 전세 사기의 전형이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범죄의 주체는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관련 법인이다. 정모씨가 대표, 정씨의 아내가 이사로 돼 있다. 여기에 정씨의 아들은 공인중개업을 하며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가족 전세 사기단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확인된 법인 주소지만도 18곳에 달한다. 수원에 7곳, 화성에 6곳, 용인 4곳, 양평 1곳 등이다. 이들 법인으로 소유한 빌라가 40채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정모씨와 아내, 아들 등이 모두 잠적한 상태다.
정상적인 경영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여럿 드러난다. 재무제표상 법인 부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수원과 화성의 4개 법인 부채비율은 93.8%에서 99.4%다. 담보에 담보를 이어가며 법인을 유지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런 비정상 대출의 한계가 오면서 연쇄 파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물건에 대해서는 이미 경매를 위한 압류가 시작됐다.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은 32가구 중에서 10가구가 권선구청 세무과로부터 압류 당했다.
지난 3월, 우리는 충격적인 전세 사기 사건을 목격했다. 이른바 ‘인천 미추홀 건축왕 사건’이다. 주거형 건물의 103가구가 모조리 경매에 넘어간 사건이다. 서민들의 피 같은 보증금이 모두 날아갔다. 2월에 30대 남성, 4월에 20대 청년, 같은 4월에 4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되살리고 싶지 않은 충격적 사건이다. 수원에서 시작된 이번 ‘일가족 전세 사기 의혹’이 그래서 걱정이다. 피해 규모, 피해 범위, 피해 방식이 미추홀 사건과 닮았다.
우선 두 가지를 주문하려고 한다. 하나는 경찰의 신속한 수사 진행이다. 잠적한 가족은 출국 금지했다고 한다. 서둘러 전체 피해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수사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해당 지자체가 함께 파악해야 한다. 둘째, 일부에서 시작된 경매 절차를 정지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앞선 유사 사례에서의 선례가 있다. 법원, 조세당국, 금융기관, 채권추심업자 등에 경매 절차 정지·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전세 사기 행위는 이미 이뤄졌다. 이제부터 할 일은 피해의 최소화다. 그걸 하는 게 경찰과 행정의 존재 이유다. 같은 비극을 또 보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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