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폭격땐 인질 처형”… 이 “가자 진입 불가피”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2023. 10. 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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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하마스, 인질 150여명 볼모로 협박
이 “지금은 협상못해” 지상전 예고
교전 4일째 양측 1600명 넘게 숨져
“민간인 학살-납치 안돼” 英 침묵 시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중동전쟁 사망자가 1600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스라엘을 위한 유대인 공동체 철야 기도회’ 참석자들이 하마스 공격에 희생되거나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민간인 사진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대적 보복 공습에 나서자 하마스는 “예고 없이 가자지구 민간 주택을 공습하면 인질들을 처형하겠다”고 경고했다. 런던=AP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은 전방위 보복을 선언하며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격해 올 때마다 납치한 인질들을 1명씩 처형하겠다며 ‘인간 방패’ 전술을 실행할 태세여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9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하마스의 행태는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같다. 하마스는 가혹하고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부에 대한 암살 작전에 곧 착수할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10일 기준 이스라엘에선 최소 900명이 사망하고 24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7일 기습 침투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약 150명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어 생사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도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부상을 당해 양측 사망자가 16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마스는 인질 살해 협박으로 맞서고 있다.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우리 민간인을 공격할 때마다 붙잡고 있는 인질 중 한 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극단적인 보복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등 서방 내에서도 단일대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빅5’ 국가 정상들은 9일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회원국이 입장 차를 드러내자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유엔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도 우려된다”는 양비론 속에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도출에 실패했다.

하마스 “폭격에 인질 4명 사망”… 이 “하마스 지휘부 제거할것”

보복전 치닫는 이-팔 전쟁
하마스, 인질 ‘인간 방패’ 내세워 위협… 이 “인간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어”
가자지구 봉쇄… “전기-식량 없을 것”
지상전 초읽기… 민간인 희생 등 부담

“하마스와의 대결은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다. 문명 세계가 이슬람국가(IS)를 패배시킨 것처럼 하마스를 패배시킬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

지상전 준비하는 이스라엘軍 이스라엘 군인들이 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탱크에 포탄을 재며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힘으로 중동을 변화시키겠다”고 밝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임박을 시사했다. 가자지구=AP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최소 900명의 자국민이 숨진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힘으로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격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과 함께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끌고 온 민간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 “하마스 지휘부 제거 작전 착수”

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현재 양측의 사망자는 17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하아레츠는 이스라엘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숨지고 24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침투한 가자지구 접경지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와 별도로 하마스 무장대원의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도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대대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서방이 (테러단체) IS에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지도부와 전투원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고사 작전’도 시작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2007년부터 생필품과 의약품 반입이 제한된 가자지구에 전기, 식량, 연료 공급이 추가로 제한되면 주민 약 237만 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주민 약 12만 명이 이미 피란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 “지상군 투입” 공언해도 걸림돌 많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끝장 보복’을 선언한 만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 작전 계획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약 150명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이날 “인질을 죽인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리한 작전으로 인질들이 연이어 살해될 경우 국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라 19세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인질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규모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틈에 깊숙이 숨어 있어 공격 대상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2014년 병력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파견해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

지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쟁에 일부 참전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두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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